옛 남친 오모씨.. 딱 1년만 본다, 잘해라

'삼호어묵' 윤세경·'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저자 2021. 4.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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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 삼호어묵 칼럼]
툭하면 헤어지자던 '입방정' 전 남친 오모씨, 10년 전 진짜 헤어지고
박모씨와 어영부영 10년.. 근데 내 친구들한테 난닝구 사진을 보냈네
'박씨 2호' 생태탕에 질려 오씨 다시 만나.. 딱 1년만 본다, 잘해라
/일러스트=이철원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얼굴이 예뻐서 한때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10년 전 사귀던 구(舊)남친 오모씨는 얼굴도 잘생겼고 직업도 좋고 언변도 좋고 흠잡을 데 없는 신랑감이었다. 그러나 옛말에 산 좋고 물 좋고 와이파이 잘 터지는 정자는 없다더니 이 오씨의 문제는 바로 입방정이었다. 싸우고 나면 홧김에 툭하고 헤어지자는 소리를 내뱉는데, 이 말이 빌미가 되어 결국은 진짜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고 나도 그간 독야청청 솔로로 지낼 수는 없으니 다른 사람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박모씨….

비록 외모나 언변은 오씨에 비해 한참 뒤졌지만 박씨에게도 나름의 매력은 있었다. 예를 들면 첫 데이트할 때 뒤축이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왔었는데 그때는 눈에 뭐가 씌었는지 그게 구질구질해 보이지 않고 소탈해 보이더라. 여름이면 으레 난닝구 패션을 즐기는 것도 망측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람 냄새 난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외모 하나는 번드르르한 구남친 오씨에게 이미 크게 데여서 그랬는지 모른다.

게다가 당시 내게 박씨를 소개해준 것은 안모씨라는 친구였는데, 이 안씨가 성실하고 착하고 사람이 참 괜찮았다. 그런 안씨가 박씨를 소개하면서 사람 하난 진국이라고 자기가 보증한다고 큰소리를 땅땅 치니 한번 믿고 만나보기로 한 것이 어영부영 10년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이 박씨가 핵 폐기물이었다는 것을…!

세상에 내 앞에서만 입는 줄 알았던 그 난닝구 차림 사진을, 나 몰래 내 친구들에게도 다 보내며 만나자고 졸랐다는 게 아닌가? 저걸 내가 남친이라고 10년 가까이 사귀었다니 도저히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이 사실을 나한테 들키고는 저도 쪽팔린 줄 알았는지 알아서 연락 끊고 잠수를 탔는데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민다. 허무하게 날려버린 10년 세월이 아깝고 따귀 한 대 시원하게 못 갈겨 준 것이 한이 된다.

어쨌든 이렇게 나는 10년 만에 또다시 솔로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나 같은 미모의 여성을 세상이 가만히 놔둘 리 없는 법…. 또다시 여기저기서 자기랑 사귀자고 몇 사람이 한꺼번에 들이대는데 하여튼 이놈의 인기 때문에 내가 살 수가 없다.

그 중 가장 적극적인 것은 다름 아닌 10년 전에 헤어진 구남친 오씨다. 10년간 자기는 다른 여자 일절 안 만나고 내가 솔로 되기만 오매불망 기다렸단다.(사실 이건 뻥인 게 다른 여자한테 몇 번 들이댔다가 다 차인 걸로 알고 있다. 나도 다 듣는 귀가 있다.)

웃긴 건 그때 나에게 박씨를 소개시켜 줬던 웬수바가지 안씨가, 이번에는 오씨야말로 진짜 진국이라며 오씨를 나에게 적극 추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참 성실하고 선하고 괜찮아 보이는데 안씨 이 사람은 도대체 줏대라는 게 없다. 그러니까 본인도 여자친구가 여태 없는 것 같은데 이제는 이 사람 저 사람 좋다고 추천하지 말고 스스로 매력을 키워보면 좋을 것 같다. 하여튼 나도 이제 나이도 찼고 10년간 박씨한테 데이기도 옴팡 데이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옛말에 구관이 명관이라는데 오씨만 한 사람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나더러 사귀자고 목매고 쫓아다니는 또 다른 박모씨(박씨 2호라고 부르자)가 있는데 이 사람은 더 가관이다. 아니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해도 정도가 있지 삼시세끼 같은 메뉴를 먹자는 게 사람인가? 이 박씨 2호는 데이트만 했다 하면 생태탕을 먹자는데 도저히 견뎌 낼 수가 없다. 이 자와 결혼했다가는 365일 삼시세끼 생태탕만 먹어야 할 것 같은 공포감이 밀려온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이미 명태 씨가 말랐다는데 러시아까지 말랐다고 기사 뜨면 필시 그 박씨 2호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사항을 고려 끝에 정성을 보아 구남친 오씨를 다시 받아주기로 했다. 단 조건은 1년간만. 말하자면 기간제 인턴 같은 것이다.

앞으로 딱 1년간 다시 만나보고, 역시 이 사람은 아니다 싶으면 결혼은커녕 남친으로도 더 안 만날 예정이다. 말해 두는데 오씨를 다시 사귀기로 한 건 딱히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없어서이다.

제발 입 좀 조심하고.

싸우면 헤어지자 소리 하는 거 그거 상습이다.

하여튼 두 번 다시 어이없는 이별은 겪고 싶지 않으므로 오씨의 분발을 바랄 뿐이다.

한 줄 요약: 앞으로 1년 동안 나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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