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법인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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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아일랜드 정부가 새로운 세금제도를 발표하자 유럽이 경악했다.
아일랜드가 '반값 법인세'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기업에 기존 법인세율의 절반인 6.25%를 적용키로 한 것.
당시 유럽 주요국의 법인세율이 30% 선이었으니 기업들이 아일랜드로 몰려갈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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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5일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주요국이 다 같이 증세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재무장관이 환영의 뜻을 밝혔고, 독일 재무장관은 “신바람이 난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제안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법인세 할인 경쟁을 제 살 깎아 먹기로 보고 있다. 해결 방법은 다 같이 비슷한 수준으로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다. 일종의 국가 간 담합인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나이키, 페덱스 등 미국 55개 기업은 최근 3년간 87조 원을 벌어놓고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린 데다 각종 세금 공제 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애플은 2003년부터 12년 동안 아일랜드에서 세금 18조 원을 감면받았다. 세율은 0.005%. 세금 대신 기업 유치로 고용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미국은 글로벌 최저세율로 21%를 제시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형 IT 기업들이 본사를 옮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다. 오러클과 HP엔터프라이즈가 실리콘밸리를 떠났고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본사 이전의 뜻을 내비쳤다. 기업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세금에 따라 수시로 옮겨 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나라가 미국 제안에 동참할지는 의문이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지방소득세 제외)로 이미 높은 수준이어서 미국 제안의 영향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을 신사협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의 나라 세금까지 간섭하는 것은 강대국의 완력 행사라는 견해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주요 선진국이 미국에 동조하는 것은 세금을 더 거두면서도 기업을 뺏기지 않겠다는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글로벌 법인세 논쟁은 사활을 건 기업 유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돈도 일자리도 기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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