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건강]"자연 속 인터벌트레이닝 등산, 제 춤의 원동력이죠"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면서 산으로 피해 갔습니다. 그전에도 가끔 등산을 즐겼지만 이렇게 산을 많이 탄 적은 처음입니다. 몇몇 지인들과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등 40개 넘는 산을 올랐습니다. 한 번 가면 6시간 정도 산을 탔습니다.”
코로나19가 손 교수를 더 강하게 만든 셈이 됐다. 코로나19 탓에 실내 및 단체 무용 연습이 제한을 받으면서 산을 찾게 됐는데 그게 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그는 “솔직히 산을 오른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나무와 꽃, 돌, 바위, 개울 등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 오르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갑니다.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선 긴장감을 못 느끼지만 산은 자칫 잘못하면 다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등산이 체력은 물론 집중력을 키워준 것 같습니다”고 했다. 20세 이후 40년 넘게 무용을 하면서 오른쪽 무릎 연골이 닳아 불편했는데 산을 타면서 좋아졌다고 했다. 무릎 주변 근육이 강화되면서 관절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50)은 “등산이 주는 효과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불린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그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주로 엘리트 선수들의 심폐지구력을 강화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는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보통 1시간 이상 반복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은 1∼2시간 안에 끝내기보다는 5∼8시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인터벌트레이닝 그 자체로 에너지 소비가 높은데 장시간 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전문가들은 1시간 동안 10km를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20회 하는 게 심폐지구력 향상과 에너지 소비엔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송 실장은 “등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야 하기에 하체 근육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손 교수님 같은 무용수에게 딱 맞는 체력운동이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다. 손 교수님의 경우 평소 무용으로 하체가 단련돼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체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고 등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리막을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에선 체중의 최대 10배까지 부하가 올라가기 때문에 자칫 관절을 다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운동은 면역력도 높여준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스트레스, 산을 타며 날려 보내는 것은 어떨까. 산에서도 사람이 많으면 마스크는 써야 한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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