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이낙연, 대권 가도 먹구름 [4·7 재보선]
선대위원장으로 선거전 총지휘
패배로 지지율 반등 모멘텀 상실
9월 민주당 대선 경선 '약점' 될 듯
[경향신문]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대권 가도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당장 오는 9월 예정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낙연 책임론’은 큰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당대표 재임 당시 민주당에 귀책 사유가 있는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까지 고쳐가며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서울과 부산에 공천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거전을 총지휘했다. 이번 보선이 이 위원장에게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추월당한 대선주자 지지율을 상승시키고 당내 입지도 회복할 수 있는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서울·부산 두 곳 모두 야권에 넘겨주면서 이 위원장은 기대했던 반등 모멘텀을 잃어버리게 됐다. 선거에 깊숙이 개입했던 만큼 이 위원장은 ‘책임론’ 후폭풍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대선에 나가기 위해 지난달 9일 대표직에서 중도 하차한 데 따라 현재 민주당은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외에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질 ‘수장’이 부재한 상태다. 당 일각에서는 혼란 국면을 수습하기 위한 최고위원 등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의) 데미지가 작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내부 대권 구도에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까지의 당내 레이스를 치명상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 위원장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반대로 이재명 지사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선거 패배 책임을 오로지 이 위원장 개인에게만 지우는 것이 온당하냐는 반박도 나온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당 입장에서는 갑자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문이라는 ‘벼락’을 맞은 상황이었다. 이 위원장에게만 화살을 돌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선거를 통해 강한 ‘정권 심판론’ 정서를 확인하면서, 중도·온건 이미지를 지닌 이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선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조만간 대권 준비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과 마포구 광흥창 일대 곳곳에 이 위원장 대선 캠프 사무실이 꾸려져 정책·홍보 등 밑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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