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받고 떠나는 김종인, 대선 '킹메이커'로 다시 돌아올 듯 [4·7 재보선]
야권 지형에서 '3세력 연합' 추진 등 '윤석열 대권' 도울 가능성
[경향신문]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인’으로 돌아간다. 김 위원장은 보수정당의 4연패 고리를 끊어내고 당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
김 위원장은 대외적으론 선거 후 떠나겠다고 공언했지만 내심 추대 형식의 비대위 연장을 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한 차기 지도부 구성을 원하는 당내 분위기상 ‘자의반 타의반 퇴진’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킹메이커’로 야권 정계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돌아올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총회에서 퇴임 인사를 할 계획이다. 그는 7일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내일(8일)은 일단 정치권에서 떠나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해야 할 밀려 있는 것도 처리하고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재·보선을 마치면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별다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퇴진은 일시적인 휴식기로 해석된다. 그는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맡아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일단 정치권을 좀 떠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별로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일단 정치권을 떠나 있겠다”는 표현에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읽을 수 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전직 의원은 “다시 돌아오고 싶으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선거는 이겼지만 김 위원장을 재추대할 가능성은 낮다. 당초 국민의힘에선 향후 지도체제를 두고 전당대회와 ‘김종인 비대위 2기’라는 두 가지 대안이 팽팽하게 맞섰다. 점차 선거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전당대회로 급격히 분위기가 기울었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의 원내 지지세력인 초선 의원들도 ‘초선 당대표론’을 내세우면서 전당대회에 힘을 실었다. 중진 의원들은 이미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언제까지 비대위 체제로 갈 수는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결국 추대 세력이 마땅치 않아지면서 ‘김종인 비대위’ 자동 연장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당내에선 승리를 이끈 장수인 김 위원장에게 어떤 역할이라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다. 김 위원장 체제 연장을 원하는 의원들도 일부 있다. 8일 예고된 의원총회에서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이뤄질 걸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당장 국민의힘을 떠나더라도 향후 야권 지형에서 ‘윤석열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활동무대가 ‘국민의힘이냐 아니면 야권 제3지대냐’라는 중심축만 달라질 걸로 보인다.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소속에 상관없이 윤 전 총장 킹메이커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 외부라면 국민의힘, 국민의당, 윤 전 총장 세력을 동시에 합치는 제3세력 연합의 형태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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