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론 못넘은 박영선 "봄이 지고 말았다"
"회초리 든 시민, 모든 것 받겠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7일 오후 10시 20분쯤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를 찾아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크게 뒤진다는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가 나온 지 약 두 시간 만이었다. 박 후보는 잠긴 목소리로 “진심이 승리하길 바라면서 끝까지 응원해줬던 시민 여러분에겐 무한한 감사 말씀을 드리고, 회초리를 들어준 시민 여러분에겐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페이스북에서 박용주 시인의 시 ‘목련이 진들’을 인용해 “천만 시민의 새로운 봄을 정성껏 준비했지만 그 봄이 지고 말았다”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 등으로 촉발된 ‘정권 심판론’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이번 선거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지게 된 데다, 선거 캠페인 와중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까지 터지면서 ‘인물론’을 앞세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MBC 앵커 출신인 박 후보는 4선(選) 국회의원과 문재인 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대중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난 1월 말 출마 선언 이후 한동안 각종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에게 앞섰다. 그러나 지난달 1일 민주당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을 꺾은 다음 날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LH 투기 의혹을 폭로하며 기세가 꺾였다. 선거전 막판엔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논란과 정부·여당 인사의 ‘전·월세 내로남불’로 민심이 더 악화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것도 박 후보에겐 악재였다.
박 후보 측은 선거전 후반엔 “오세훈 후보는 거짓말쟁이”라며 오 후보 처가 내곡동 땅 의혹에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생태탕’ ‘페라가모 구두’ 등만 부각되면서 정책 대결이 실종되고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점도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는 2011년, 2018년에도 서울시장에 도전했으나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이나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박 후보는 10년 만에 서울시장 본선에 도전했지만 큰 차이로 패하면서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민주당 일부에선 “여러모로 어려웠던 선거에서 박 후보가 고군분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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