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격랑 속으로..지도부·정책 등 黨 전면쇄신 불가피
검찰개혁 동력 잃고 부동산 정책도 수정 무게..대선 경선 일정 진통 예상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4·7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차기 대선 준비에 비상등이 켜졌다. 서울과 부산에서 정권심판 여론이 정권 지원론을 압도하면서 당의 전면 쇄신이 불가피해졌다.
8일 오전 0시13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각각 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모두 두자릿수 격차로 제치고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특히 차기 대선을 앞두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서울·부산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 지도부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당헌 제96조 2항 개정,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민심 이반을 적기에 진화하지 못했다는 책임론도 현 지도부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당 지도부는 선거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31일에서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기에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거둔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일방적 입법독주를 해온 것은 물론 '원팀'이라는 구호로 수평적 당·청관계가 아닌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도 민심 이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짠 선거 전략이 실패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민주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도부 개편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지도부 총사퇴 얘기가 나온다. 지도부 총사퇴 후 5월 초·중순 예정된 당 대표, 원내대표 선거를 일정대로 추진해 새로운 지도부 체제에서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계획대로 해야 할 것이지만 누군가는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며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지도부를 전면 교체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일각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선으로 등 돌린 민심을 확인한 이상 일반적인 지도부 체제로는 쇄신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전당대회를 일정대로 추진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지도부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원내대표 선거도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이 추진해온 개혁과제와 부동산 정책도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를 추진해왔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개혁 과제의 동력을 잃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을 놓고도 집권여당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과 정부는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2·4 주택공급 대책과 공시지가 현실화,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중과세 등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패배에 핵심 요인이 부동산 정책으로 꼽히는 만큼 강경파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민주당은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선거 전 실수요자에 대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와 공시지가 6억원~9억원 구간 주택 보유자도 재산세를 일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같은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기 대선 경선 일정을 두고는 당내 마찰이 예상된다. 여권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예정대로 6월부터 경선을 시작해 9월 초에는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경선 연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총선 이후 대표직을 맡아 당을 이끌어온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선거 패배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만큼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일정 연기를 통해 제3후보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대선 도전을 위해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알려진 정세균 국무총리 측도 경선 연기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의 진로와 쇄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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