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발 정권심판론에 與 네거티브 힘못써..野 체질개선·단일화 '효과'
민주당 '내곡동' '생태탕' 네거티브 무력..단일화 흥행도 저조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이준성 기자 =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7일 결국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심상찮은 여론 추이에 민주당이 상대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네거티브까지 불사하며 총력전을 폈지만 '정권심판론'으로 기운 표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불과 1년 전 21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180석 가까이 국회 의석을 차지하면서 등등하던 여권의 기세는 한 해 만에 고꾸라졌다.
민주당의 이번 선거 패배의 원인은 크게 Δ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Δ국민의힘에 대한 여론 변화 Δ당 자체 경선 흥행 부진 Δ네거티브 전략 실패 등으로 정리된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LH 사태 정점…"사태 수습에서도 실책"
정부·여당의 실책으로는 뭐니뭐니해도 부동산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가격이 폭등하고 '내집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정책이 민심을 잃었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벌어지면서 부동산으로 돌아서던 민심 이반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번 선거의 판세가 LH 사태가 처음 불거졌던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돌이킬 수 없는 분위기를 탔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LH 사태 앞에서는 '백약무효' 였다는 것이다.
여당에서 LH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카드도 먹혀들지 않았다.
민주당은 특검으로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특검은 기약이 없다'는 야당의 지적에 진척이 부진했다.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도 양당 간 논의가 이렇다 할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LH 사태가 정권심판 여론에 불을 붙인 것이 맞지만, 이후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실책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슈 자체보다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LH 사태가) 과거 정부 때부터도 있던 문제지만 우리가 철저하게 관리를 못했다'고 이야기할 일인데 '전 정권 때 있었던 것'이라는 태도에서 더 실망을 안겼다"고 진단했다.
또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니 검찰이나 감사원이 총동원돼서 의혹이 없게 하라고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가 조사하라고 했다. 관리에 실패한 것이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색 지우기'…"2030이 吳에 친근감 가능해졌다"
민주당이 비판을 받는 동안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워 강성 보수색채를 조금씩 지워나갔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민심의 빈틈을 파고들고자 시도했다.
전국단위 선거 4연패의 늪에 빠져 앞날이 보이지 않던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거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를 사과하면서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금씩 벗어나갔다.
지난해 총선을 계기로 계파색이 옅은 초선 의원들이 대거 유입되고 '친박' 색채가 강했던 의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체질적 개선이 이뤄진 토대도 있었다.
정책 면에서도 중도뿐 아니라 진보까지 아우르는 기조를 살려 나갔다. 김 위원장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기본소득이라는 좌파 의제를 거론하기도 하는 등 나름의 파격을 시도했다. '약자와의 동행'을 전면에 내세운 정강·정책 개정과 당명·당색·당 로고의 전격적 교체도 개혁 작업의 일환이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의 체질이나 성격을 잘 전환했다"며 "김 위원장이 '태극기 세력'과 절연하고, 호남에서 5·18 민주화운동 유족에 몇 번이나 사죄했고, 그러면서 2030 유권자들이 예전과 다르게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친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후보 단일화, 野가 與보다 흥행…'내곡동' 네거티브도 힘 못써
선거 전략 측면에서도 이번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렸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먼저 후보 단일화는 야권이 여권에 비해 확실한 흥행을 이끌어냈다. 대권 주자로 분류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역할과 오세훈 당선인의 '역전극'이 여권의 단일화보다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한때 안 대표와 오 당선인 간 단일화 힘겨루기가 극에 달하며 단일화 판 자체가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단일화 룰 합의와 안 대표의 승복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비해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 간의 단일화는 상대적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쉬운 대결이었다.
민주당이 오 후보를 향해 제기한 '내곡동 땅' 의혹도 별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정적 의혹으로 비화할 경우 부동산에 민감한 민심을 돌려세울 회심의 반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통하지 않은 셈이 됐다.
여기에 '생태탕' '페라가모 신발' 등 곁가지 의혹이 선거 전날까지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양측의 공방으로 지속되면서 이렇다 할 결론으로 귀결되지 못했다.
이재묵 교수는 "민주당은 사죄를 하고 정책선거를 했어야 하는데 '네가 도덕적으로 더 더럽다'는 건 의미가 없었다"며 "뽑을 사람 없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투표장에 안 가게 하는 효과 정도는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이번 선거를 '빅데이터 분석'하면 생태탕과 페라가모밖에 없었다"며 "이게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 주소인가"라고 지적했다.
실책성 발언도 있었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달 26일 20대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것에 대해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수치가 좀 낮지 않은가"라고 말했는데, 오세훈 당선인은 이 틈을 파고들어 2030 세대를 유세차량에 올리며 차별화를 시도할 기회를 얻게 됐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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