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처럼 10년만에 우뚝 선 오세훈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2021. 4. 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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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야인, 공백 끊고 야권 승리 '주역'
吳, 野 전국 선거 4연 패 고리 끊어 내
일조권 소송 스타변호사에서 정치인
'미래연대' 활동 '5·6공 퇴진론' 혁신
타고난 승부사, '무상급식' 독 되기도
10년 만에 화려한 복귀 '정권심판' 주역
[서울경제]
출구조사 큰 표차 승리에 기뻐하는 국민의힘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발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크게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기뻐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정치인은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제안한 뒤 전격 사퇴하면서 지난 10년간 정치적 낭인으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10년만에 다시 서울시장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야권에선 “저력을 넘어 괴력의 오세훈”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오 당선인에게 지난 10년의 시간은 굴곡진 가시밭길이었다. 2011년 서울시장을 자진 사퇴한 뒤 정치적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그는 2016년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화려한 복귀를 꿈꿨다. 하지만 역전패하며 이 꿈은 좌절됐다.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며 우경화하는 당을 향해 “중도층의 마음을 사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당원들은 황교안 전 대표를 택했다. 2020년 총선에서는 광진구을에서 정치신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도 패했다. 이 때 정치권에서는 그의 정계복귀가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오 당선인은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10년 만에 서울시장직을 되찾으며 세간의 회의론을 깨뜨렸다.

10년의 공백을 한 번에 메운 저력은 인간 오세훈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오 당선인은 대한민국 법정에서 ‘햇살을 받을 권리’인 일조권을 가장 먼저 쟁취한 인물이다. 대형 건설사가 아파트 간격을 기준보다 좁게 지어 햇빛을 볼 수 없게 된 주민들을 대리해 그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앞세운 건설사와 2년 6개월의 법정 싸움 끝에 그는 승소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헌법에만 존재하는 환경권을 실제로 인정받은 최초의 판결이었다. 언론에서는 그를 골리앗(대형 건설사)과 싸운 다윗에 비교했다.

그는 정치 역시 순탄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16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레드카펫’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 공천을 받은 뒤 비방전(네거티브)이 아닌 본인의 장점을 앞세우는 포지티브 선거를 했다. 소위 “‘실탄(돈)’이 없으면 선거를 할 수 없다”던 당시 분위기를 거슬러 ‘저비용선거’를 내세웠고 당시 법정선거 비용의 75%인 약 1억 원을 쓰고 당선됐다.

국회에 입성한 그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젊은 소장파 그룹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를 발족해 △5·6공 인사 용퇴론 △노장 퇴진론 등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당 혁신에 앞장섰다.

지난 2000년 5월 한나라당 미래연대 소속 지구당위원장들이 헌정기념관에서 총재 및 부총재 경선후보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준비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세훈(왼쪽 두번째)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세번째) 제주도지사, 남경필(〃네번째) 전 경기도지사가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오 당신의 ‘승부사’ 기질은 이때부터 유명했다. 출마만 하면 재선이 보장됐던 강남 지역구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남은 의정활동금을 전부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그리고 2006년 서울시장에 도전해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고, 2010년엔 재선에도 성공했다.

선택의 기로마다 결단했던 승부사 기질은 그를 재선 시장에 올리기도 했지만, 그를 10년 간 야인으로 만들기도 했다. 2011년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시민투표를 제안한 결단이 대표적이다. 늘 오세훈을 선택했던 서울시민들은 무상급식만큼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 당선인은 올해 1월 마지막 승부를 자처했다. 다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10년 전의 빚을 속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재도전을 알렸지만 2월 나경원 전 의원과 맞붙은 당내 경선에서도, 3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경쟁한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도 그는 늘 ‘언더독(약체)’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오 당선인은 모두 역전승을 이뤄내고 서울시장 선거마저 대승을 이끌었다.

진보·보수로 나뉘어 싸우는 이념 정치에 신물이 난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의 복귀를 도왔다. 이번 선거에서 여권은 내곡동 의혹 등을 제기했다. 오 당선인 스스로 “지독한 네거티브”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비방전으로 받아치지 않았다. 대신 ‘능숙한 일꾼’을 앞세워 포지티브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혁신과 중도의 이미지로 10년간 수학하며 다져온 정책 역량을 표로 증명받은 것이다.

오 당선인은 말 그대로 ‘화려한 복귀’를 했다. 그는 야권이 ‘정권 심판’을 앞세운 이번 선거에서 대승하며 전국 선거 4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보수정당을 구해냈다. 더 나아가 야권이 내년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심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번 선거 승리로 오 시장이 야권 재편의 주역이 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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