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야권의 승리, 대통합 정계개편 직행
4·7 재·보궐선거는 야권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4월 여권에 180개의 국회의원 의석을 몰아줬던 민심은 1년 만에 돌아섰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의 실정에 사과하며 “미워도 다시 한 번”을 호소했지만 민심은 그 기회를 야권에 넘겨주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으로 꾸려진 야권 연대는 이제 통합이라는 숙제를 앞에 두고 있다. 내년 3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여권과 야권의 정계개편 시계가 빠르게 돌아갈 전망이다.
재보선 승리는 야권, 특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시작으로 내리 전국선거에 패배했던 연패고리를 끊기도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돌아섰던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였다는 게 무엇보다 크다.
앞서 5년의 시간은 백약이 무효였다. 지난해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치적 소외를 받으며 21대 총선에서 여권에 180석을 내준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그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치른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었다. 당헌·당규와 당명까지 바꾸며 달라지는 모습을 여론에 호소해 왔다.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거에 대해 사과하는 과정에서는 '좌클릭'이라는 비난과 함께 당내 갈등도 겪었다.
이번 재보선 승리는 국민의힘의 중도보수 실험이 성공적이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표심이 국민의힘 쇄신 노력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보긴 힘들다. 오세훈 후보도 6일 마지막 유세에서 “국민의힘과 오세훈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위선에 지쳐 기회를 한 번 줄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현 정권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재보선 승리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제 당 조직 재편과 야권 대통합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당장 6월 중하순으로 예고된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비대위가 아닌 정상 조직으로 정비해야 한다. 그나마 이번 승리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 대표 후보로 권영세, 윤영석, 정진석,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 의원 등 다수 인물이 물망에 오른 것은 긍정적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8일 직을 내려놓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 이번 승리로 그의 당 쇄신 전략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지만, 당분간 정치권 요청과 상관 없이 휴식기를 갖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야권 대통합과 대선 준비는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단일화 작업은 전당대회 직후인 7~8월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을 시작으로 대선 직행을 위한 야권 연대 플랫폼 구축이 목표다.
현재 스코어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재보선 승리를 챙긴만큼 다수 후보들의 출사표도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재보선 야권 후보 단일화와 유세 지원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야권 대통합 이슈를 통해 이번 재보선 승리 분위기를 이어가고 다수의 대선 경선 후보를 통한 컨벤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항이다. 야권 연대 플랫폼을 통해 당과 당의 대결이 아닌 여권과 야권의 대결 구도를 내년 대선까지 견인하며, 정권 심판론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선거운동 기간 부정적인 여론조사 결과에도 유세 현장의 분위기, 지지층 결집 등을 강조하며 역전을 바랬지만, 기대했던 '샤이 진보' 힘은 승부를 바꾸지 못했다. 정부 여당의 대한 불만과 심판론이 그대로 표심으로 드러난 셈이다.
당장 당내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권 대표 대권 주자인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의 입지도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패배 결과로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대위 체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번 선거뿐 아니라 LH 투기 사태, 주요 여권 인사들의 전월세 문제로 여론이 악화된 만큼 쇄신 작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정활동 역시 기존과 같은 강경노선을 취하기 어렵다. 임대차 3법처럼 의석수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모습이 재현될 경우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현재 의석으로도 법안을 단독처리할 수 있지만, 4차 재난지원금 추가경정 예산과 LH 특검법, 이해충돌방지법 등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야당과의 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문과 비문 세력간의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선거 결과로 이어진 실정의 책임을 두고 친문 세력 견제와 강경 친문 지지층에 대한 선긋기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물론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문 VS 비문' 경쟁 구도로 당내 내홍이 커질 수 있다. 당 분위기 수습이 늦어질 경우 경선 연기 주장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친문 세력을 중심으로 한 결집이 더 강화되면서 강경 기조의 위기극복론이 득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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