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희망' 오세훈의 10년 권토중래..내곡동 빠져나와 시청 입성

유경선 기자 2021. 4.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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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시장직 던지고 10년 암흑기..羅·安 꺾으며 정치적 재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4·7 재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를 확인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1.4.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10년 만에 서울시정을 다시 맡게 됐다.

오 후보는 선거 기간 "지난 10년, 죄스러운 마음에 스스로 담금질하며 용서받을 날을 준비해 왔다"고 말해 왔다.

이번 승리는 오 후보 개인에게 3선 서울시장이라는 영예일 뿐더러 국민의힘에게도 모처럼의 선거 승리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15 총선까지 선거 4연패 이후 첫 승리를 하게 됐다.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한국 보수정치 세력에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준 오 후보는 다시 시정을 돌보게 되면서 10년 야인 생활을 청산하고 정치적 재기의 길로 들어섰다.

오 후보는 이른바 1990년대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스타 변호사'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해서는 '보수의 아이콘', '합리적 보수'로 불리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 제26회(연수원 17기)에 합격한 오 후보는 1991년 부평 산곡동 아파트 일조권 소송에 승소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주변에서 강하게 만류했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여 헌법상 환경권이 실질적 권리로 인정받는 첫 사례를 일궜다.

이후 '오변호사, 배변호사' 등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번듯한 인물과 훤칠한 키, 뛰어난 언변 등으로 '스타변호사'로 거듭났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승리, 국회에 입성했다.

17대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대중적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의 대항마로 서울시장에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최연소 서울시장에 올라 일약 보수의 희망이 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승리하면서 재선 서울시장에 취임해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도 올랐다.

정치적 위기가 찾아온 건 2011년이었다. 당시 오 후보는 서울시의회의 초등·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정책에 반대해 이를 주민투표에 부치며 이 투표에 직을 걸었다.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던 그는 결국 투표율 미달로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고 이후 10년의 암흑기에 들어섰다.

5년간 대학 강의와 아프리카·남미에서의 시정자문관 활동 등으로 시간을 보낸 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도전장을 내밀며 재기를 노렸지만 정세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했지만 황교안 전 대표에 밀려 떨어졌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도 정치신인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하는 수모를 맛봤다.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안심소득과 대립각을 세우며 '안심소득' 개념을 주창하는 등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며 잠재적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고자 했다.

이번 서울시장 출마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못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오지 않으면 자신이 출마하겠다는 이른바 '조건부 출마선언'을 하며 빈축을 샀다.

이후 다시 정식 출마선언을 한 오 후보는 유력한 경쟁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나 전 의원을 이긴 후 자신감을 얻은 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며 까다로운 경쟁상대였던 안 대표까지 꺾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는 그를 승리까지 이끄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정권심판론'이 점차 득세하며 안 대표와의 경쟁에서는 제1야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렸고,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일대일 경쟁구도에서도 정권으로부터 돌아선 민심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승부가 마냥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여당에서 제기한 '내곡동 땅 의혹'은 그를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2005년 처가의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왔던 그가 근처 '생태탕집'에서 흰 바지에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식사를 했다는 증언은 막판까지 오 후보 주위를 맴돌았다.

"5년간 대선 생각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웠다"고 한 오 후보는 이를 모두 물리치고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해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직을 5년 동안 수행할 수 있을지, 이후 대권주자로 다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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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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