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 전초전' 완패, 정국 큰흐름이 바뀐다..4년과 다를 미래

文대통령 레임덕 가시화·與 의회 독주 제동·쇄신론 분출..與 대선구도 '혼돈'
野 대선 교두보 마련..대승 이끈 김종인 행보에 관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동일로 경춘선 숲길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4.1/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7일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두 국민의힘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정국에 일대 격랑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승리가 확정되면 서울에서 10년, 부산에서 3년 만에 민주당에 빼앗긴 지방권력을 되찾게 된다.

그러나 이번 4·7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광역단체장 2명을 새롭게 뽑는 의미를 훌쩍 뛰어넘는다.

일찌감치 '대선 전초전'으로 자리매김했던 이번 재보선 결과로 인해 정국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집권 여당의 참패로 인해 임기말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거대 의석을 기반으로 독단적 국회 운영을 일삼았던 여권은 막대한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식물야당'으로 불리던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회복하며 보수 정계개편의 중심으로 떠오를 공산이 커졌다.

야권이 내년 차기 대선을 앞둔 '교두보' 마련에 성공한 반면 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우선 '정권심판' 민심이 확인되면서 문 대통령은 레임덕에 직면한 모습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구성,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쌓은 불만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LH 사태로 이어지면서 급격히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기존 보수지지층인 50대 이상 장년층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우호적이던 2030세대가 등을 돌린 것은 문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민심은 민주당에도 회초리를 들었다. 거대의석을 무기로 부동산 3법, 공수처 법안 등을 단독표결하며 스스로 이름 붙인 '개혁'법안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이번 선거기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전셋값과 공수처 중립성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개혁 명분마저 상실했다는 평가다.

당장 당내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전반적인 쇄신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 레임덕이 겹치면서 당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문(親文)계 인사들에 대한 비토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새로운 당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대권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해 온 탓에 선거 패배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권 내 차기대권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여권 전반에 선거 패배 후폭풍이 몰아질 경우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제3의 친문 후보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 출신으로 직전까지 당 대표를 맡았던 이 전 대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비판을 무릅쓰고 당헌·당규를 수정해 공천을 결정했지만 참패했다. 한 때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떨어진 지지율을 반전할 계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0대 총선,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 21대 총선에서 연패한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범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세웠다는 평가다.

보선 이후 야권 재편과정에서도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앞서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예고하기도 했다. 범야권을 넘어 차기 대권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국민의힘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승리를 이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행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호남 방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실책에 대한 사과 등 중도로 외연을 넓히며 선거 승리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8일 퇴임을 예고한 상태로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윤 전 총장과의 연대, 국민의힘 내부의 당대표 추대 등 김 위원장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표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은 김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김 위원장의 역할에 따라 이들의 향후 대권 도전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