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 형·택진이 형..물벼락 맞고·커피 쏘는 '구단주 열전'

안승호 기자 2021. 4. 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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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만큼 주목받는 오너들..풍성한 화제 쏟아내는 리더십

[경향신문]

왼쪽부터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SSG 랜더스의 새 유니폼을 최초 공개한 정용진 구단주, 2014년 잠실야구장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는 박정원 두산 구단주, 2011년 관중이 김태균 영입을 요청하자 손을 들어 화답하는 김승연 한화 구단주. 정용진 SNS·두산 베어스 제공·이석우 기자

KBO에서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최종 단계는 구단주 총회다. 그간 구단주와 야구팬 사이의 거리감이 컸지만 올 시즌에는 바짝 좁혀지고 있다. 정용진 SSG 구단주가 개막 이후로도 화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NC 우승 과정에서의 다채로운 행보로 ‘택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얻은 김택진 NC 구단주에 이어 ‘형님’ 이미지로 팬들에게 다가섰다. 덩달아 구단주들의 성향도 하나씩 부각되고 있다. 마치 각 구단 감독 리더십이 비교되듯 구단주별 스타일도 하나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밀접 참여형

정용진 | 김택진
정용진·김택진, 구단 마케팅 전면에 나서
‘젊은 스타일’로 팬·선수들과 교감 ‘주목’

발언 하나가 온라인상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요즘 프로야구 감독들은 예전 감독들에 비해 무척 말조심을 한다. 괜한 소리를 꺼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더더욱 피한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 ‘보는 맛’이 살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용진 구단주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는 ‘유통 라이벌’ 롯데를 겨냥해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해 ‘팬심’의 온도를 바짝 끌어올렸다. 롯데도 이에 응수하며 두 팀은 만나기 전부터 대결 구도를 확실히 만들었다.

정용진 구단주는 자사 상품과 연계된 ‘용진이 형 상’을 만들어 경기 MVP에게 선물 하는 등 구단 운영과 마케팅에 적극 참여하는 대표 주자가 됐다. 게임업체 NC소프트 대표로 자사 광고에 직접 출연하는 등 대외 활동의 폭을 이미 넓힌 김택진 NC 구단주와 쌍벽을 이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현장에서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아이템 ‘집행검’을 세리머니에 이용했던 김택진 구단주는 지난 5일에는 ‘공룡들의 팬 맞이 준비’ 영상에서 구장 관중석 테이블을 직접 닦으며 팬들과 교감했다.

■근거리 지원형

구광모 구단주, LG가 ‘야구사랑’ 그대로
두산 박정원·삼성 원기찬 ‘스킨십’ 끈끈

구광모 LG 구단주, 박정원 두산 구단주, 원기찬 삼성 구단주 겸 대표이사는 SSG와 NC 구단주만큼은 아니지만 근거리에서 구단을 적극 지원하는 스타일이다. 구광모 구단주는 야구를 사랑하는 ‘LG가(家)’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LG는 고 구본무 회장이 구단주로 야구 사랑을 보이던 1990년대부터 선수단과 구단주 간 스킨십이 끈끈했던 구단이다. 차명석 LG 단장은 “90년대 중반에는 구단주와 한 달에 한 번은 회식을 한 기억이 있다. 구단주께서 2군 선수들까지 다 불러 고기를 사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구광모 구단주는 바쁜 일정에 야구장을 찾지는 못하고 있지만 2018년 LG 회장 취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곤지암리조트로 사장, 단장, 감독, 수석코치 등을 초대해 교감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야구단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정원 구단주 또한 OB 베어스 시절부터 야구 사랑이 뜨거운 오너가의 정서가 녹아 있는 행보를 해왔다. 2014년에는 두산 오재원의 지목을 받아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는 등 선수단과도 매우 가깝다. 최근에는 그룹 일이 바빠져 야구장을 찾는 일은 줄었다.

원기찬 구단주 또한 선수들과 가깝다. ‘기찬이 형이 쏜다’는 타이틀로 커피 트럭 이벤트를 하는가 하면 삼성전자 부사장 이력으로 자사 상품을 납회 경품으로 걸고 선수들에게 직접 선물하는 사랑을 보이는 스타일이다.

■원거리 지원형

KIA 정의선·롯데 신동빈·KT 구현모
한화 김승연 등 ‘조용한 통 큰 지원’ 유명

자주 만나기는 힘들어도, 필요할 때면 아낌없이 지원하는 구단주의 모습이 가장 보편화된 이미지다. 정의선 KIA 구단주는 광주의 신축구장 건립 당시 프로야구단 최초로 3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이미 통 큰 행보로 야구단 운영에 힘이 돼왔다. 감독 영입 등 굵직한 사안이 있을 때면 직접 챙기는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KIA가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경우에는 야구장을 찾는 열의를 보였다.

신동빈 롯데 구단주는 일본 지바 롯데의 구단주를 겸한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어갈 수 없는 일이다. 한때는 롯데가 선수단 지원에 인색한 구단으로 분류됐지만 신동빈 구단주가 전면에 나선 뒤로는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 롯데는 최근 몇 년 사이 FA시장 등에서의 투자로 리그 정상급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구현모 KT 구단주도 야구장을 자주 찾지는 못하는 대신 선수단이 직접 체감하는 관심을 자주 보낸다. 지난해 12월에는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낸 선수단에 태블릿PC 116대와 서울 시내 한 호텔의 숙박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한창 순위싸움을 할 때는 소고기와 장어를 보내는 등 마음 담은 선물을 자주 보냈다.

또 김승연 한화 구단주는 김태균이 일본에서 유턴하기에 앞서 ‘김태균’을 부르는 관중석의 목소리에 화통하게 응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따금 야구판을 울리는 통 큰 행보를 한다.

한편 지배 구조가 다른 키움은 박세영 구단주를 등재해놓은 상태다. 다만 활동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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