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또 역전..오세훈의 결정적 장면들, 그는 '승부사'였다

2021. 4. 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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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安·朴 모두 파죽지세 격파
합리적 보수·제1야당 조직력
'부동산 정국'에 맞춤형 행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발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발표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크게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안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승부사’가 돌아왔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한때 자신보다 강하다고 평가받은 세 사람을 파죽지세로 격파했다. 짧은 기간 3편의 역전극을 연출했다.

오 당선인은 불과 50여일 전만 해도 최후의 맞수였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는 물론, 야권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보다도 약하다는 평을 받았었다. 당시 다수의 여론조사가 이를 방증했다. 선거 전문가는 “이번 결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여권에서 터진 악재들과 함께 오 당선인의 개인기가 어우러진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발산근린공원에서 서울도시주택공사(SH) 마곡지구 분양원가 인상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

▶‘LH·부동산’ 바람 매서웠다=오 당선인이 박 전 장관과 맞서 역전극을 연출한 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LH 사태와 정부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이었다.

오 당선인의 주가는 지난 3월 초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LH 직원들의 투기 정황을 폭로한 후부터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집값 급등, 전·월세난 심화 등으로 정부여당에 불만을 품던 서울시민 상당수가 말그대로 폭발했다. 본격적으로 정권 심판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당시 오 당선인이 곧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개발한 강서구 마곡지구를 찾고, “나는 일 경험이 있다. 취임하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전수조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주목도를 한껏 높였다. 반사 효과도 노리고, 그만의 차별화된 강점도 부각시켰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오 당선인 지지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반면 박 전 장관은 그쯤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역전도 허용했다. 지난 2월 중순 다수 여론조사를 보면 오 당선인은 박 전 장관에게 지지도 면에서 10%포인트 가량 격차로 밀렸었다.

박 전 장관의 재역전은 없었다. 그가 내달리려 할 때마다 또 다른 부동산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리는 계약을 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사실관계를 따진 후 김 전 실장을 경질했다. 그런가 하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임대차 3법 통과 약 한달 전 월세를 크게 올려받은 사실도 같은달 31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불 붙은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경선에 함께 나섰던 나경원 전 의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후보로 선출된 소감을 밝힌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

▶역전의 명수…승부수 빛났다=오 당선인은 이번 보선에서 자신이 여전히 성장형 정치인으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 당선인은 박 전 장관과의 본 경기 전에도 짜릿한 뒤집기 승부를 2차례나 했다.

그는 ‘야권 서울시장 주자 1위’로 군림했던 안 대표와의 벼랑 끝 싸움에서 이겼다. 오 당선인은 안 대표와의 연장전 끝에 승리했다. 양측 실무협상단은 단일화 룰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유·무선 전화 포함 여부와 경쟁력·적합도 문항을 놓고 끝까지 기싸움을 했다.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 당선인은 이 과정에서 안 대표 측의 거듭된 경선 촉구를 인내했다. 결정적 순간에선 ‘양보 경쟁’에 나서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이보다 앞서 이뤄진 나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은 더 드라마였다. 오 당선인이 “사실 낙선 인사를 준비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예비경선에서 1등, 당 후보들의 토론에서 4전 전승을 한 나 전 의원에게 이긴 것은 정치권 내 이변으로 기록됐다. 오 당선인은 ‘나경원 대세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강점인 중도 확장성을 강조했다. 그는 70여곳 중도·개혁보수 시민단체에 공개 지지 선언을 받은 일을 대대적으로 홍보키도 했다. 재선 서울시장 출신으로 ‘경력직’이란 점도 내세웠다. 나 전 의원을 향해 “초보·인턴 시장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26일 ‘V 서울’ 영상을 통해 선거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오세훈TV]

▶“V=VIP” 논란 ‘셀프 디스’=오 당선인은 이른바 ‘브이(V) 논란’을 역이용하는 노련함도 보였다.

오 당선인도 자초한 위기가 있었다. 그는 앞서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문건 제목에 있던 ‘V’를 보고 “대통령을 뜻하는 ‘VIP’의 약어일 것”이라고 주장해 망신을 샀다. 상당수의 학생과 직장인은 보고서를 쓸 때 이를 단계적으로 수정하며 버전(version)을 뜻하는 ‘V’를 붙여 ‘v1.1’, ‘v1.2’식으로 파일명을 쓴다. 오 당선인이 가리킨 산업부 파일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_v1.1.hwp’ 등도 업데이트 현황을 표시하기 위해 ‘V’를 붙였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오 당선인은 논란을 겪은 후 연달아 ‘V-서울’ 공약 시리즈를 발표했다. 아예 대놓고 유세 동선을 ‘V’로 짜놓기도 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셀프 디스’를 했다. 이를 본 유권자들 중 특히 청년층은 “신선하다”,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문법”이라며 그에게 다시 눈길을 줬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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