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동맹국들과 논의"..대중국 압박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2021. 4. 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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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대변인 직접 거론..미 정부 내 발언 수위 높아져 주목
중 외교부 "스포츠, 정치화해선 안돼" 반발 커 현실화 미지수
전면 불참보다 정부대표단 파견 않는 등 '외교적 불참' 가능성

[경향신문]

중국의 박해를 피해 인도로 온 티베트 난민들이 지난 2월3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인형들이 목 매달린 올림픽 상징물에는 ‘2022 학살 올림픽’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다람살라 | A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중국의 신장지역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거론하며 동맹국들과 함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중국 압박용으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카드가 살아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동 보이콧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가 분명히 논의하고 싶은 것이고, 지금과 향후 모두 의제에 올라 있는 이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신장에서의 잔혹 행위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을 봤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관심사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조율하고 있고 베이징 올림픽도 계속 논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확정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2022년 일이고 아직 2021년 4월이라 시간이 남았다”면서 “시간표를 제시하고 싶지 않지만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등 정치권에서 제기되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카드를 국무부 대변인이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미국 정부 내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에 대한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월25일 브리핑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여부는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그동안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의 정치권이나 인권단체의 요구에 머물렀다. 지난해 10월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이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신장 문제를 거론하며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난 2월 의회에서 “영국은 보통 스포츠 보이콧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 무렵 캐나다 하원은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변경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런 요구가 이어졌다.

미국 정부 당국자의 보이콧 가능성 언급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달 18~19일 알래스카 고위급회담 이후 무역, 인권 등 전 분야에서 미·중의 대결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보이콧 카드를 실제 사용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은 올림픽헌장 정신에 어긋나고 각국 선수들의 이익과 올림픽 사업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올림픽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장기집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행사인 만큼 중국이 미국의 흠집내기를 그냥 지켜볼 리는 없다. 미국의 보이콧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미·중 갈등의 파고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도 이런 파장을 의식해 수습에 나섰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동맹·협력국과 공동 보이콧을 논의하지 않았고 (현재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스포츠를 정치화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분적 보이콧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선수단 불참 같은 전면 보이콧을 할 가능성은 30% 정도이고, 동맹국과 공동으로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거나 대표단의 급을 하향하는 방식의 ‘외교적 보이콧’에 나설 가능성은 60%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 경우 일본과 인도, 한국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은 보이콧에 불참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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