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발부터 어지러운 공수처, 조기 안착에 집중하라
[경향신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초기부터 난항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로 수사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더니 김진욱 처장이 이 지검장 면담 건으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앞서 수원지검은 공수처 의견을 무시하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를 전격 기소했다. 공수처는 검사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수처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수사기관 간 견제·균형이라는 목표 달성이 더뎌지고 있다.
공수처가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한 뒤 수사는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수원지검은 김 처장과 이 지검장 간의 면담 정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구하며 도리어 공수처를 압박했다. 성 접대를 받은 김 전 차관에 대해 봐주기로 일관하고, 김 전 차관의 해외 도피를 방조한 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검사 채용도 적임자가 없어 정원(처·차장 외 23명)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둘러싼 검찰과의 의견 조율도 쉽지 않다.
공수처는 검찰 견제와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해 간난신고 끝에 탄생한 조직이다. 공수처가 지금 흔들리면 수사·권력기관 개혁은 어려워진다. 김 처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조직 안착에 집중해야 한다. 공수처가 처한 현실을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진솔히 해야 한다. 이 고비를 신속히 넘어야 공수처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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