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에 난개발 시간 벌어준 광주시의회
유예 기간 중 건축 심의 급증.."조례 무력화시켰다" 비판
[경향신문]
광주시의회가 도심 상업지역 난개발을 막기 위한 조례를 ‘1개월 시행유예’ 조건으로 통과시킨 뒤 유예 기간 건축심의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회가 규제 강화 전 건설업자들에게 시간을 벌어줘 도심 난개발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장연주 광주시의회 의원(정의당)은 7일 “ ‘광주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이 1개월 시행유예를 조건으로 시의회를 통과한 이후 건설업자의 건축심의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례 시행유예 기간 중 광주 5개 구청에 접수된 상업지역 내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관련 건축심의는 모두 8건에 달한다. 광산구 3건을 비롯해 동구와 서구 각각 2건, 북구 1건 등이다.
지난해 1월부터 조례 공포 전인 지난 2월까지 14개월 동안 신청된 건축심의는 11건에 불과했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2월 본회의에서 광주시가 제출한 해당 조례를 심의하면서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1개월 후에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해 의결했다. 이 조례는 상업지역과 무등산 기슭 난개발을 막는 게 골자였다.
조례는 상업지역에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을 지을 때도 용적률을 400%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 일부 상업지역에서는 건설업자들이 82㎡ 이상의 중·대형 오피스텔을 용적률 1000% 이상의 고밀도로 개발해 사실상 주거용도로 분양해 왔다. 이런 시설들은 주민 편의시설 등이 전혀 설치되지 않아 주거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시가 당초 제출한 조례안에는 ‘조례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2월25일 공포된 조례는 3월24일까지 시행이 유예됐다. 일부 의원들은 “건축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칙에 따라 조례 시행 전 건축허가를 신청했거나 건축심의를 신청한 경우에는 개정된 조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건축업자들이 규제가 강화된 새로운 조례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에 서둘러 건축 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장 의원은 “ ‘1개월 유예는 건설업자에게 건축허가 신청이 가능한 시간을 확보해주려는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시의회가 도심 난개발을 막기 위한 조례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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