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현재 코로나 확산 상황 '3차 유행' 초기 데자뷔..손 놓고 있을건가"

조승한 기자,고재원 기자 2021. 4. 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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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유행' 긴급 전문가 진단
지난 2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 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668명 발생하면서 87일만에 지역감염자가 600명대로 올라서는 등 '4차 유행'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모든 지표가 악화하는 등 확산세 증가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전파와 백신 수급 불안 등 4차 유행이 더욱 가팔라질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대응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검사량 증가와 같은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6일 최근 확산세와 관련해 “근래 이동량부터 감염재생산지수, 양성률 등 모든 지표가 나빴다”며 “4차 유행 여부는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기에 따라 달렸고 경우에 따라 5차 유행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지역사회 감염 600명대를 기록하자 현재 상황을 4차 유행의 갈림길로 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최근 일주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523.7명으로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인 전국 400~500명 기준을 넘은 상황이다. 여기에 봄철 나들이 등으로 지난 3~4일 주말 이동량은 수도권 3157만 건으로 직전 주말인 지난달 27~28일과 비교해 0.6% 늘어났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의 상황은 12월 일어난 3차 유행의 데자뷔”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4차 유행을 놓고도 ‘아니다’ ‘맞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3차 유행이 시작되던 12월 초와 비슷하게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월 초만 해도 올겨울은 마스크를 벗겠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전 세계 백신 수급이 차질이 생기며 11월 70% 접종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 여름 정도로 늦춰지지 않을까 했는데 현재의 확산세로는 이것조차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많은 전문가들이 3~4월 4차 유행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예견을 하고 있었다”며 “확진자 수뿐 아니라 감당 가능한 상황인지와 앞으로 유행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지금 상황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4차 유행은 불안 요소가 추가됐다는 점이 더욱 우려된다. 백신 효과를 떨어트리고 감염력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와 같은 변이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도 위험 신호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서울 강서구에서 남아공 변이 집단감염 전파가 확인됐다”며 “여름에는 변이바이러스가 우세해질 것이고 이에 맞는 새 백신을 확보해 접종해야 할 수 있는데 정부가 또 구매 계약을 할 정신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직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도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요양원, 요양병원의 65세 이상 어르신 예방접종이 보류됐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4차 유행이 시작될 때 가장 뼈아픈 부분이 될 것이라 했는데 지금 딱 그런 상황이 됐다”며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다면 한결 나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만큼 희망을 바라보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시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거리두기 강화나 다른 방역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9일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한다지만 비수도권을 2단계 조치로 올리는 정도는 부산이나 대전은 이미 실시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강한 방역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방역정책을 올리면 효과는 확실한데 정부가 이를 과학으로 보지 않고 여론과 경제, 정치 논리에 따라 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가 백신 수급이 불안해지자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백신의 국내 제조분 수출금지를 언급한 것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오히려 악수를 둔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출금지하면 곧 국내에서 위탁생산할 노바백스 백신이 제대로 생산되겠느냐”고 말했다.

기 교수도 기존 방역대책이 통하지 않는 만큼 새로운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 교수는 “국민은 다 알고 있는데 정작 정부가 어떤 것을 해 줘야 하는지가 잘 안된다”며 “계속해서 방역 수칙을 호소해도 안되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같은 방법을 계속하면 돌파구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검사 수를 늘려서  숨어 있는 확진자를 잡아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기 교수는 “3차 유행에서 보건소 검사가 부족하다며 임시선별검사소를 만들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임시선별검사소 검사율이 똑같다”며 “검사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의료진은 예방접종에 투입하기도 부족한 만큼 의료진이 검체 채취하는 임시선별검사소는 어렵다”며 “의료진 없이 검사할 방안을 마련하거나 항원검사 키트를 주기적으로 해 민감도를 쌓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검사 방법을 다양화해 검사 건수를 늘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고재원 기자 shinjsh@donga.com,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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