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선거 2막'..검찰의 시간
실제 기소 여부, 허위 유포 등 검찰의 해석에 달려
정치권의 '검찰 바라기' '정치 사법화' 심화될 우려
[경향신문]
4·7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지만 선거를 둘러싼 후폭풍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선거운동 기간 상대 후보 고소·고발을 쏟아내며 검찰 수사가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되는 ‘검찰의 시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더라도 당분간 수사기관에 불려다닐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서울시장 재직 시절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오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박 후보 역시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해 ‘6대 비리 의혹을 규명하라’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측량’에 오 후보가 관여했다고 보도한 KBS를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박 후보는 부인을 ‘복부인’ ‘투기꾼’으로 묘사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을 비방죄로 고발했다.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무고죄 등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 진영을 대변하는 단체들도 고소·고발전에 가세했다. 변호사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배우자 명의의 일본 도쿄 아파트 매각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민생경제연구소와 광화문촛불연대는 “용산참사는 철거민들의 폭력 때문”이라는 발언을 문제 삼아 오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각 후보에 대한 비방 관련 고발도 쌓여 있다.
검찰은 7일 이후 기록을 검토하며 실제 수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선거 관련 범죄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범죄’에 포함된다. 경찰이 수사 중인 엘시티 의혹 등을 검찰이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검찰의 역할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고발의 상당수가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사건이다. “용산참사는 철거민의 폭력 때문”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은 노무현 정부 때” 등 발언 자체는 사실관계의 다툼이 거의 없다. 이 발언이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지 해석 여부에 따라 기소가 결정된다.
민주당은 오세훈·박형준 후보 고발과 수사의뢰를 하면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진실공방을 이어가며 상대 진영을 흠집내기 위한 용도로 고소·고발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이 수사 결과에 대해 쉽게 승복하지 않고 정쟁 소재로 삼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정치권이 검찰만 바라보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공직선거법을 악용하고 고소·고발을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정치가 수사와 재판에 종속되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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