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뽑을 사람 없지만 의무니까".. 줄이은 소중한 한표 행사

임재섭 2021. 4. 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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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보궐선거가 진행된 청량리 제6 투표소(동대문 세무서). 오전 일찍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몰려들며 긴 줄을 형성한 모습이다. 디지털타임스 임재섭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찜질방에 마련된 투표소. 유권자가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구 소공동 2투표소(창덕여자중학교) 투표소 모습. 디지털타임스 김미경 기자.
염창동 제2투표소 투표 모습. 협소한 공간에 유권자들이 계단에서 대기하는 모습이다. 디지털타임스 한기호 기자.

민심은 진작 보였다. '4·7 재보궐선거' 결전의 날 투표장에 나온 시민들은 누구는 아이를 데리고, 누구는 노부모를 부축하며, 누구는 단촐한 차림으로, 누구는 외출복으로 가지각색의 모습이었지만, 마음에는 모두 하나의 시장을 정한 채였다.

7일 오전 맑은 날씨에 서울 시내 곳곳의 투표장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하러 나온 시민들도 붐볐다. 투표소를 둘러싼 줄은 이내 길게 늘어졌다. 북적이는 외부의 모습과 달리 투표소 내부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모두 순서에 맞춰 투표를 진행했고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발걸음을 재촉해 서둘러 투표장을 빠져나갔다.

오전 투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들에게서 '분노'의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부 유권자들은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반면,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를 권리이자 의무로 받아들인다"면서 인터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할 말은 많지 않지만 한 표는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7일 서울 양천구 목5동 제2투표소(영도초등학교)에서 투표한 유 모씨(59·여)는 이번 선거를 임하는 의미를 묻자 수초 간 생각한 뒤 "투표는 의무니까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너무 여권의 여론이 좋지 않아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조금 뒤 투표현장을 찾은 주부 임모씨(53·여)는 "투표하러 오신 분들이 많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곧바로 김 모씨(62·여)는 "내 자식들이 어떤 나라에서 살아갈지를 생각하고, 틀어진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염창동 제2투표소에도 많은 시민이 몰리며 투표소가 붐볐다. 건물 구조상 공간이 협소해 2층 투표장으로 가는 계단까지 줄이 늘어섰다. 층계에는 '2021.4.7.(수).재·보궐선거 거리 두기'라고 적힌 발판이 1~2미터 간격으로 부착돼있었다.

'2030 세대'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씨(26)는 "원래 선거 시기가 아닌데 보궐선거가 일어나게 돼서 좀 안타깝다"면서도 "저희가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의 오빠(30)도 "오늘이 공휴일이 아닌 게 아쉽고, 투표 참여율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민들이 많이 참여해서 자기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작구 노량진 제1동 제4 투표소를 운영하는 동 주민센터에서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센터 2층에서 옥외 계단을 통해 내려와 담담히 일상으로 복귀했다. 청년 남성 이모씨(29)는 "청년들의 생각을 보여주려고 왔다. 2030세대의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언덕에 있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던 청파동 제2 투표소 (용산구 청파노인종합센터) 에서 만난 김모씨(52·여)는 "솔직히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정당을 보고 찍었다"면서도,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에 대해서는 "거의다 그렇다(모두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느냐 하는)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에둘러 답했다.

조영구(60·남)씨는 "투표 그거 꼭 해야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면서 "저는 우리집 재개발해줄 수 있는, 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뽑았다. 저는 제 일이 바빠서, 어느 당을 가리고 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청량리동 제6 투표소(동대문 세무서)에서는 긴 줄이 늘어섰으나, 투표소에는 전반적으로 침묵이 흘렀다. 한 50대 여성은 투표를 한 소감에 대해서는 "투표는 그냥 하는 거죠 무조건"이라면서도 선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묻자 "그런 것은 잘 알지 못하고 바쁘다. 일이나 하는 거죠"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쌍문1동 제4 투표소 (백운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한 김보민(26·여) 씨는 "사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할 당시 투표를 전에 안했다"면서 "이사를 가고 얼마 안 돼서 투표소가 어딨는지 모르겠고 여러 이유로 투표를 안했다. 그런데 내가 무시했던 한 표의 중요성을 이번 정권을 겪으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특히 개인적으로 이번엔 유독 '쇼'가 많았던 것 같다. 뽑을 사람 없다는 말에도 공감하지만 임대주택은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중구 소공동 2투표소(창덕여자중학교) (소공동 2투표소)에서 만난 한 65세 남성은 "투표를 할 후보는 진작에 마음을 정했지만 사전투표 조작, 부정투표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 본투표날 투표를 하러 왔다"며 "지금 정부가 하던 잘못된 것들, 특히 세금을 많이 걷으려고 일부러 부동산 가격을 올린 것 같다. 새로운 당선자가 싹 다 바꿔줬으면 한다"고 했다.임재섭·한기호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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