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두 시간여 만에 패배 인정..여 중진 "대선도 위기" [4·7 재보선]

윤승민 기자 2021. 4. 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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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침통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왼쪽에서 두번째)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재·보궐 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등장 대신 등돌린 ‘샤이 진보’
두 자릿수 격차 결국 못 좁혀

더불어민주당은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할 것으로 전망되자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누구 한 사람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샤이 진보’ 등장에 따른 ‘박빙’ 승부를 기대했지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뒤지는 결과가 그대로 유지된 때문이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의 ‘전초전’ 격인 이번 선거의 패배가 확실해지면서 쇄신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재·보궐선거가 끝나기 30분 전부터 여의도 민주당 당사 선거상황실에 모인 관계자들은 선거 패배를 직감한 듯 말을 아꼈다. 불리했던 선거 전황을 반영한 듯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선거운동 기간 착용했던 파란색 당 점퍼를 이날은 입지 않은 채 상황실을 찾았다.

오후 8시15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박영선 서울시장·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 득표율이 20%포인트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사무실 내 의원과 당직자들은 굳은 듯 움직이지 않고 TV 화면만을 응시했다. 화면을 지켜보던 김 직무대행은 한숨을 쉬기도 했다. 서로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은 채 침통한 듯 앉아있던 김 직무대행과 당 관계자들은 10분 정도 TV를 지켜보다 말없이 상황실을 떠났다. 내부 회의를 위해 자리를 잠시 비운 것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는 말했다. 상황실에 남은 일부 의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감격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눈을 감은 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정진석 중앙선대위 상임부위원장이 오 후보의 손을 잡은 채 웃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당 지지 강한 곳서도 밀려
당 내부서도 “민심 떠났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출구조사 결과만 갖고 입장이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다른 일정 없이 자택에서 머물던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오후 9시쯤 종로구 선거캠프를 들른 데 이어 10시쯤 상황실을 찾아서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아내가 코로나19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집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민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여파로 지지율이 떨어진 가운데 선거를 치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며 ‘샤이 진보’의 등장에 기대를 하면서 지지층에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지지율 격차가 출구조사 결과에 그대로 나타나자 민주당 관계자들은 말을 잃었다. 서울의 경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서남권과 동북권에서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밀린 것으로 나타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번 패배로 당내에서는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는 동시에 쇄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의원은 “부동산 문제가 주로 부각됐지만 민심은 민주당이 유능하고 정직하지도, 민생에 도움을 주지도 못했다고 생각했다고 본다”며 “이대로는 대선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의원도 “민주당이 내세운 개혁은 결국 국민들의 신뢰가 유지돼야 성공하는 것인데, 민심이 떠났다”며 “당 내에서 서로 반성하면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몇일간은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8일 오전 10시30분 화상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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