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 실정에 민심 폭발..여당 참패
국민의힘 후보에 몰표..대선 1년앞 정권심판론 먹혀
◆ 4·7 재보궐 선거 여당 참패 ◆
특히 지난 10년간 진보 진영에 뺏겼던 서울시장을 오세훈 당선인이 찾아오면서 보수 진영 깃발을 다시 꽂았다. 문재인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이처럼 참패한 것은 내년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둔 지 불과 1년 만에 대권 교두보로 불리는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모두 야권에 내주는 '역대급 참패'를 경험하게 됐다. 이번 선거 초반만 해도 정부 여당에 우세한 여론이 감지됐지만,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거 판세를 야당 쪽으로 기울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심야에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8일 의원총회에서 총사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개표에 앞서 투표율 집계에서도 야권의 압승과 정권 심판론 분위기가 감지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휴일이 아닌 평일 치러진 이날 선거 투표율은 서울 58.2%에 달해 2019년 4월 재보궐선거 당시 투표율(48.0%)을 크게 웃돌았고 휴일이었던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59.9%)에도 육박했다.
[박인혜 기자]
재보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
노원·성북·동대문·도봉 등
전통적 與 강세지역도 등돌려
강남3구는 투표율 60% 넘어
野, 40대 빼고 全연령서 앞서
전문가 "샤이 진보는 없었다"
특히 그동안 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 성향이 강했던 수도 서울에서 10%포인트를 훌쩍 넘는 득표율 차이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청와대도 향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안게 됐다.
이날 오후 11시 40분 기준(서울 개표율 31.64%) 오세훈 당선인은 55.86%를 얻은 반면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41.15%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부산에서도 박형준 당선인이 김영춘 민주당 후보에게 62.96% 대 34.25%로 앞섰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전 지난주 마지막으로 보도된 여론조사처럼 야당의 압승이다.
연초 여론조사까지만 해도 민주당 후보들은 국민의힘 후보들과 양자 대결에서 우세하거나 접전을 펼치는 양상을 보였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여권 고위층의 내로남불식 부동산 거래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민심이 급격하게 야당 편으로 쏠렸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은 서울의 지역별 투표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고 보수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했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는 이번에도 투표율 상위 1~3위를 기록했다. 오 당선인은 박 후보를 서초와 강남에서 모두 40%포인트로, 송파에서는 32%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섰다.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에 반대하는 지역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병)은 "강남 3구 투표율이 특히 높은 건 정권 심판에 대한 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눈여겨볼 대목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강북지역에서 민심이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집값 상승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상위 5개 지역인 노원·성북·동대문·성동·도봉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최소 2%포인트(노원)에서 최대 19%포인트(성북)까지 오 당선인이 우위를 보였다. 종부세 적용 아파트가 늘어난 마포도 오 당선인이 1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박 후보는 정치적 고향인 구로에서도 6%포인트 차이로 열세를 보였다.
불과 1년 전 치러진 총선에서 180석을 석권한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한 데는 문재인 대통령 후광 효과와 K방역에 대한 평가가 바뀐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총선 전후 50%를 넘나들었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30% 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여당 후보들이 친문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셈이다.
세계 각국 찬사를 받던 K방역도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 후보들에게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집단면역을 앞두고 있는 데 반해 백신 확보가 늦은 우리나라는 접종률이 3%에도 못 미친다. 일각에서는 정부 목표인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문재인 정권의 불공정·내로남불에 분노한 2030세대가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것 역시 오 당선인과 박형준 당선인 우세 결과로 이어졌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40대만 박영선 후보(49.3%)가 오 당선인(48.3%)보다 우위에 있었을 뿐 다른 연령대에서는 모두 오 당선인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부산에서도 40대만 김영춘 후보(51.1%)가 박형준 당선인(44.7%)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전임 민주당 시장들의 성폭력 이슈로 보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여성들도 국민의힘 후보를 더 지지했다. 서울에서 여성은 57.2%가 오 당선인을, 39.1%는 박 후보를 지지했다. 남성은 오 당선인 60.9%, 박 후보 36.3%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투표율이 낮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출구조사 결과 표 차이가 많이 난 것은 한마디로 진보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적극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라며 "샤이 진보는 없고 앵그리 진보만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소득주도성장이나 빈부 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 남북관계 개선 중 지켜진 게 하나도 없다"며 "누적된 실정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로 20·30대가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데 집값 폭탄이 터진 것"이라며 "진보 지지층 내지는 2030세대가 폭발 지경까지 갔고 지지를 철회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만원 기자 / 채종원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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