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돌풍 일으킨 '2030 마케팅'..吳 최대무기 됐다

이창섭 기자 2021. 4. 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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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동대문 남평화상가에서 열린 마지막 공식 선거운동에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세훈 후보 캠프 제공) 2021.4.6/뉴스1


"20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 좀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한 경험 수치가 좀 낮지 않으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난달 26일 발언은 후폭풍이 컸다.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20·30 청년들은 분노했다. "나는 경험치가 없는 20대"라고 외치며 그들이 오른 곳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차였다. '청년'이 4.7 재보선의 중심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7일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 오 후보는 59.0%로 박 후보(37.7%)에 21.3%p 앞섰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오 후보에 71.9%의 몰표를 던졌다. 50대에서도 오 후보가 55.8%로 박 후보(42.4%)에 크게 앞섰다. 특히 30대(오세훈 56.5%, 박영선 38.7%)와 20대(오세훈 55.3%, 박영선 34.1%) 등 젊은층에서도 20%포인트 안팎의 큰 격차를 보였다. 유일하게 40대에서만 박 후보가 49.3%로 오 후보(48.3%)에 근소하게 앞섰다.
무검열·선착순'20·30 시민 유세단'… 吳 최대의 무기가 됐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밝히고 있다. 2021.4.6/뉴스1

이번 보궐선거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선거 운동은 단연 국민의힘의 '20·30 시민유세단'이었다. 20대와 30대로 구성된 일반 시민이 유세차에 올라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당원이나 당직자를 미리 준비시킨 무대가 아니었다. 연설 대본도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다.

오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들의 연설은 흥행의 연속이었다. 관련 동영상의 조회수는 약 70만회를 기록했으며 댓글도 수천 개가 달렸다. 국민의힘은 여세를 몰아 거의 매일 청년들을 유세차에 올렸다.

선거 후반 오 후보의 메시지도 '청년'이 중심이 됐다. 오 후보는 유세장마다 청년층 표심에 호소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에도 젊음의 상징인 서울 서대문구 신촌을 찾았다. 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많은 청년이 보수를 당당하게 지지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정치를 하며 가장 감동 받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공정·정의 가치에 목마른 청년들 이야기할 곳이 없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4·7재보궐 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청년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1.4.7/뉴스1

청년들은 그들에게 자유롭게 말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연설이 흥행할 수 있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정의·공정의 가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20·30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오세훈 후보 지지 연설로 화제를 모은 신현수(22)씨는 "(청년 연설자) 지원을 받으니까 저를 포함해 자기 뜻을 펼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각자 나서서 준비를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3월30일 서울 영등포 유세에서 연설한 홍주완(24)씨도 "박영선 후보에게 20대와 30대가 역사적 경험치가 없기 때문에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연단에 선 취지를 밝혔다.

'20·30 시민유세단' 실무를 맡은 여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청년들의 솔직한 마음을 정제되지 않더라도 들어보려는 의도에서 시민참여를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우리가 그분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줄 알았는데 청년들이 오히려 문재인 정권과 박원순 전 시장과 관련한 분노에 찬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이 요즘 이야기할 곳이 없다"며 "그래서 마이크를 빌려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음에 고마워했다"고 덧붙였다.
유권자 비하에 당직자 연설, 선거법 위반까지… 악재만 쌓인 與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4.6/뉴스1

20·30은 본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지만 이번 보선에서는 달랐다. 여론조사에서도 젊은 층이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게 뚜렷이 드러났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게다가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청년 마케팅에서 악재만 쌓았다. 박영선 후보의 '유권자 비하' 논란을 낳은 발언뿐만 아니라 친여 인사들 사이에서 20·30을 비난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친여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류근 시인이 자신의 SNS에 '20대는 외로워서 여론조사 전화를 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겨 논란을 일으켰다.

진보 언론 출신의 한 기자도 SNS에서 “얘네들(유세에 오른 청년들) 얼굴 잘 기억했다가 취업 면접 보러 오거든 반드시 떨어뜨려라"며 "건실한 회사도 망하게 할 애들이다. 국민의힘 지지해서 문제가 아니라 바보라서 문제다"고 썼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는 청년들도 있었지만 당직자로 밝혀지기도 했다.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 고등학생이 올라 선거법 위반 논란도 일었다.
오세훈 "청년들의 지지 놀랍고 두려워", 국민의힘의 숙제는?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4·7재보궐 선거일인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청년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1.4.7/뉴스1

청년들이 국민의힘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들의 국민의힘 지지의 근원은 '반민주당'·'반권력'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0·30을 고정 지지층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오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6일 유세 현장에서 "엊그제 한 청년이 '국민의힘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오세훈이 잘나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에 지쳐 기회를 줘보려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는데 전 젊은 친구들의 이런 경고가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층을 고정 지지자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항상 야당 성향을 보이는 게 20·30의 특성이기에 여야 입장이 바뀌면 이들은 또다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대들은 노무현 때는 '반노'였고, 이명박 때는 '반이'였고, 박근혜 때는 '반박'이었다"며 "젊은 층은 현존하는 권력에 반대하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청년들의 지지는 국민의힘이 좋다기보다는 현 정권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며 "20대와 30대는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야당 성향을 보인다. 고정 지지층으로 만들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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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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