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재인 마케팅'..당청, 폭풍 속으로

김태은 기자 2021. 4. 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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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재명 경기도자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2021.3.24/뉴스1

4·7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청와대와 여당 간 관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재보선 결과가 여당의 패배로 굳어지면서 당 안팎에서 '전면적인 쇄신'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심각한 민심 이반과 중도층 이탈 등을 수습하기 위해 정책 기조의 변화는 물론 국정 운영의 무게추를 당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기말 레임덕 우려가 커진 문재인정부에서 당청 간 갈등이 새로운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면쇄신론'은 우선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모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난 후 당 쇄신을 내건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는 방안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당대표 사퇴로 치러지는 다음 달 9일 당대표 선거가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로 변하는 등 성격과 일정 등이 모두 바뀔 수 있다.

쇄신의 방향을 두고 친문(친문재인) 주류와 비주류 간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친문 주류 측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개혁 노선'의 강화로 상쇄하면서 지지자들의 결속을 강화하려 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면 중도층을 비롯한 민심 이반이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민생보다는 권력 투쟁 성격으로 변질된 '검찰개혁' 추진의 고삐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비주류 측에서 나올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청와대보다 여당이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쥐고 가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기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의 반영이다.

이미 재보선에서 '문재인 마케팅'이 사라진 점도 이를 예고하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을 적극 내세웠던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과 달리 공보물에서 문 대통령과의 사진이 사라지고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등 현 정부와의 거리두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내 '2020더혁신위원회'는 그간 행정부가 맡아온 국가비전과 중장기 정책 수립 기능을 정당으로 옮겨 국정운영에서 정당의 책임성을 높이는 구상을 발표해왔다. 한발 더 나아가 180석에 가까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여당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개헌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여당이 의회를 통해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는데 이때 재보선 패배를 빠르게 수습하고 대선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당이 차기 대선주자를 구심점으로 결속력을 강화하고 대선 채비를 보다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지난 2011년 11월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대표적 사례다. 차기 대선을 1년 남겨놓은 시점에 지도부가 당 쇄신을 걸고 총사퇴한 후 유력 차기 주자를 중심으로 대선 체제에 돌입한 경우다. 이때부터 당청관계 주도권이 당으로 넘어가게 됐는데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도 불사하면서 야당을 향하게 되는 정권심판론 민심을 일정 부분 흡수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레임덕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중도층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 2012년 대선 승리를 창출할 수 있었던 비결로 분석된다.

다만 이같은 성격의 비대위 체제는 여권 차기주자 1위인 이재명 지사를 상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또다른 갈등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지사를 중심으로 당내 구도가 재편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반면 여전히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이 큰 강성 친문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당청 간 긴장 요인도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친문 지지층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며 뭉치려는 분위기가 강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친문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자들은 이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당청 간 관계 재설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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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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