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빼앗긴 미얀마 유족 "군인들은 잿가루 주면서 동생이라 한다"

김윤나영 기자 2021. 4. 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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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얀마 군경의 총격에 사망한 신한은행 미얀마 현지 직원의 가족과 친지들이 지난 2일 양곤에 안치된 시신 옆에서 오열하고 있다. 이 직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귀가 도중 머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날 숨졌다. 양곤|AP연합뉴스


미얀마의 소년 예 윈 나잉은 겨우 15세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7일 샨주 뮤즈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갔다가 등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아무도 그를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 총알이 계속 날아왔다. 사람들이 픽픽 쓰러졌다. “군인들이 일어나려는 모든 사람에게 계속 총을 쐈어요. 그래서 동생은 2시간 동안 거기 누워 있었어요.” 예 윈 나잉과 함께 시위에 나간 형이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말했다.

예 윈 나잉의 어머니 모에모에는 아들이 시위에 나가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어린 아들은 “내가 시위에 나가지 않으면 진짜 여기 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아들을 막을 수 없었다. 설마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군인들은 예 윈 나잉의 시신을 가져갔다. 이튿날 유가족들은 시신 대신 화장한 뼛가루를 받았다. 군인들은 그을린 가루를 주고 그게 예 윈 나잉이라고만 했다. 예 윈 나잉 가족은 무슬림이다. 이슬람교는 화장을 허용하지 않지만, 군부는 유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화장했다. 그의 형은 “군대는 내 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적어도 시신만이라도 우리에게 온전히 돌려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미얀마나우는 7일 유가족이 신원을 확인하기도 전에 군인들이 시체를 훼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샨주의 아웅반과 칼로에서는 군인들이 최소 10구의 시체를 유가족 동의 없이 화장했다. 지난달 19일 칼로에서 최소 11명이 살해당했으나, 군인들이 가져간 6명의 시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군인들이 지난달 28일에는 칼로의 공동묘지에서 최소 3구의 시체를 화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희생자들 다수는 체포되기 전에 부상을 입거나 구금된 채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미얀마나우는 전했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찾을 수 없다. 만달레이에서 적어도 시신 10구의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달 13일 만달레이 시위에 나갔다가 살해된 묘 탄 쉐(23)의 시신은 70㎞ 떨어진 핀우린의 군병원에서 발견됐다. 유가족들이 연줄을 동원해 고위 군인의 친척들에게 간청한 끝에 시신을 돌려받았다. 한 유가족은 “군인들에게 사진을 찍지 않을 테니 장례식만 열게 해달라고 간청했다”면서 “그들은 심지어 장례식에 무장 군인을 배치해 감시했다”고 말했다.

남겨진 사람들은 고인을 추모할 틈도 허락받지 못한다. 군의 총을 맞고 숨진 태 마웅 마웅(20)의 장례식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화환과 검은 깃발을 들고 공동묘지에 도착했다. 묘지 밖 어딘가에서 총알들이 날아왔다. 우리는 총알을 피해 숲으로 도망쳐야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장례식에 참석한 한 추모객이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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