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방송들의 복수? 서양옷 로고는 희미한 처리

임규민 기자 2021. 4. 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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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 기업 텐센트가 주최한 보이그룹 결성 서바이벌 프로그램 ‘창조영2021(创造营2021)의 한 장면. /텐센트 캡처

중국 유명 방송 프로그램들이 출연자가 입은 서구 브랜드 의상 로고에 ‘블러(blur·흐림)’ 처리를 하는 제재 조치를 잇달아 가하고 있다. 최근 서방 의류 업체들이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인권 침해를 지적하며 신장산(産) 면화를 보이콧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7일(현지 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중국 망고TV가 제작한 30세 이상 걸그룹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승풍파랑적저저(乘风破浪的姐姐·sisters who make waves)’는 최근 방영분에서 출연자들이 신은 신발을 블러 처리했다. 이들이 서구 브랜드 신발을 신은 탓이다. 실제 방송 장면을 보면 신발 부분이 흐릿해 “출연자들이 구름 위에 떠있는 것 같다”고 BBC는 전했다.

중국 망고TV가 제작한 30세 이상 걸그룹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승풍파랑적저저(乘风破浪的姐姐·sisters who make waves)’. /웨이보 캡처

얼굴을 제외한 대부분의 몸이 블러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방영되고 있는 중국 IT 기업 텐센트가 주최한 보이그룹 결성 서바이벌 프로그램 ‘창조영2021(创造营2021)에서는 티셔츠·바지가 한꺼번에 블러 처리돼 한 출연자의 얼굴을 제외한 몸 거의 전체가 흐릿하게 나왔다. 이들 역시 서구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명이 단체로 블러 처리를 당한 사례도 있다.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IQIYI)가 제작·방영하는 브이그룹 결성 서바이벌 프로그램 청춘유니3(青春有你3·Youth With You S3)은 지난달 25일 다가올 최신 에피소드의 방영이 지연된다고 통지했다.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으나 이틀 뒤 이유가 밝혀졌다. 50인 이상이 출연하는 장면에서 출연자 전원의 티셔츠에 대해 블러 처리가 된 것이다. BBC에 따르면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블러 처리 작업자가 정말 열심히 일했다. 미안함을 느낄 정도다”라는 반응들이 나왔다고 한다. 서구 브랜드에 대한 광범위하고 세세한 검열에 따라 각 방송들이 지연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IQIYI)가 제작·방영하는 브이그룹 결성 서바이벌 프로그램 청춘유니3(青春有你3·Youth With You S3)의 한 장면. /아이치이 캡처

이 같은 검열은 앞서 나이키·H&M 등 서구 의류 업체들이 강제 노동의 우려 때문에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들 성명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선 서방 브랜드에 대한 각종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불매 운동 대상이 된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의 경우 성명을 부랴부랴 삭제하기도 했다.

BBC는 “중국 방송들이 이 같은 검열 조치로 신장산 면화 사태 국면에서 중국 정부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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