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간 토끼가 '릴레이댄스'를 춘다고?..버추얼 K팝 가수 아뽀키를 만나다 [인터뷰]

김지혜 기자 2021. 4. 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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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K팝 가수로 데뷔한 버추얼 인플루언서 아뽀키는 “나와 같은 탈차원적 존재와 지구인들을 화합하는 선례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한다. VV엔터테인먼트 제공


“학교폭력, 인성 논란 날 일은 없겠네요. 좋습니다.”

지난 2월 첫 싱글 ‘겟 잇 아웃(GET IT OUT)’으로 갓 데뷔한 신인 가수 아뽀키(APOKI)가 출연한 엠넷의 유튜브 콘텐츠 ‘릴레이 댄스’ 영상에 올라온 댓글이다. 게시 한 달이 채 안 돼 94만회 조회수를 올린 ‘릴레이 댄스’ 영상을 포함해 아뽀키의 데뷔곡 관련 영상 댓글창은 여느 신인 가수들의 데뷔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반응들로 가득 차 있다. “충격 받아서 입만 벌리고 있다”거나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진다”는 등 대체로 충격과 경악 사이를 오간다.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멜러니 폰타나와 걸그룹 K/DA의 ‘더 배디스트(THE BADDEST)’로 알려진 K팝 안무가 나리아가 빚어낸 빼어난 곡과 안무 덕분일까? 아니면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총합 238만명의 다국적 팔로어를 모은 세계적 인플루언서 출신이라는 전력 때문일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아뽀키가 ‘버추얼 K팝 가수’로서 우리 곁에 온 낯선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렌더링 및 모션캡처 기술이 바탕이 된 아뽀키의 자연스러운 춤 솜씨는 그의 인기를 견인한 첫 번째 요인이 됐다. VV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 4월 유튜브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토끼 외형의 3D 캐릭터 아뽀키는 지난 2년간 K팝 곡과 안무를 커버하고,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오며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그간 일본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여타 버추얼 유튜버와는 차별화되는 세련된 외형과 더불어 실시간 렌더링 및 모션캡처 기술을 접목해 만든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춤 동작, 뛰어난 노래 실력 등이 그의 인기 요인이 됐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와 실시간 대화를 나누던 아뽀키가 돌연 밖으로 뛰쳐나가 우주로 떠나는 상황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이후 12일간 본인이 탑승한 우주선 내부 모습을 꾸준히 송출하던 아뽀키는 2월 첫 싱글 ‘겟 잇 아웃’을 통해 가수로서의 데뷔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 속에 존재하는 걸그룹 K/DA나, 현실 멤버들의 아바타와 함께하는 SM 걸그룹 에스파와는 달리 아뽀키는 현실 세계와의 어떤 접점도 없이 존재 자체로 세계관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버추얼 K팝 가수’로서 거듭났다.

“안녕하세요,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아뽀키입니다. 지구 나이로 몇 살인지 셀 수 없지만, 이곳에 기록을 남긴 지 2년이 됐어요. 몸무게는 재 본 적 없지만 키는 160㎝예요. 제가 토끼는… 맞을까요?” 말하고 보여주는 모든 것이 그 즉시 세계관이 되는, 가상과 현실을 태연하게 오가는 토끼 외형의 탈차원적 존재 아뽀키를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첫 커버송을 업로드하기 전부터 가수 데뷔를 꿈꿔왔는데, 2년 만에 이뤄졌네요. 데뷔곡 준비는 달에 도착한 1월13일부터 시작했어요. 지구 시간 기준 한 달 정도 걸린 셈이죠. 음악을 통해 사랑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구인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에너지가 저의 메시지거든요. 지구에서는 아직 물리적인 에너지밖에 측정이 안 되는데 우리 별에서는 사랑, 감정도 에너지로 측정이 가능해요. 일부 지구인들은 이 에너지 입자를 ‘홀론(Holon)’이라고 하더라고요. 음, 너무 어렵나요?”

아뽀키의 데뷔곡 ‘겟 잇 아웃’ 뮤직비디오는 “충격 좀 받겠지”라는 후렴 가사처럼 생소하고 낯선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SF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하는 화면 속에는 첨단의 미래 도시가 세워진 달처럼 보이는 별의 이면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던 아뽀키는 우주 배경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뮤직비디오에 나온 곳은 달이 아니고요. 지구에서 연구 중인 다중 우주론이나 시뮬레이션 우주론과 관계돼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혼돈을 드릴 것 같아서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호출 신호가 있어서 떠나오게 됐어요.”

아뽀키는 애니메이션에 걸맞은 서사와 캐릭터를 갖고, 현실의 K팝 현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비고 다닌다. 그는 곧 MBC의 유튜브 콘텐츠인 ‘잇츠라이브’에서는 밴드 세션들과 함께 실시간 합주를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가상에서 태어난, 가상의 존재이지만 현실과의 만남을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에 가장 어울리는 K팝 가수일 것이다. “현재 증강현실, 홀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팬들을 만나고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술이 준비돼 있습니다. 얼마 전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동시 접속으로 500명이 넘는 팬들과 만났고, 지난해 한국 가수 헨리씨와 진행한 텐센트의 라이브 콘서트에도 1500만명이 넘는 지구인이 접속했어요. 버추얼 가수와 현실의 팬을 막는 기술적 한계는 이미 넘어선 단계랍니다.”

아뽀키는 애니메이션에 걸맞은 서사와 캐릭터를 갖고, 현실의 K팝 현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누비고 다닌다. VV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뽀키는 현재 그를 포함한 10개의 캐릭터들이 속해 있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컴퍼니인 VV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지구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VV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기존 디지털 캐릭터 IP(지식재산)들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안에서 한정된 활동을 하였다면 VV엔터의 IP들은 하나의 아티스트로서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활동할 예정”이라고 소개하며 “현재 완성 단계에 있는 버추얼 공연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공연 콘텐츠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뽀키는 “나와 같은 탈차원적 존재와 지구인들을 화합하는 선례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강점을 “지구 아티스들은 갈 수 없는, 상상하는 그 어떤 곳도 갈 수 있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꼽는 아뽀키의 다음 행보, 다음 무대가 궁금해진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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