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텀업 방식' 이란 핵합의 회담 장기화될 듯..'美 국내 과제 산적'

조소영 기자 2021. 4. 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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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축 꼽히는 美·이란, 회담 긍정적 평가 속 견제
두 개 워킹그룹 가동키로..美·이란 구체적 조치 논의
2021년 4월6일(현지시간)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이 열리는 오스트리아 빈의 그랜드 호텔의 입구에 경찰차들이 배치되어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이란 핵협상 당사국들 간에 합의 복원에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측 관계자들은 6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회담 첫날에 대해 "건설적"이라고 평하면서도 서로의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단은 '워킹그룹'(실무그룹)이 가동돼 양측 입장이 면밀히 검토된 뒤에야 협의에 대한 진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란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까지 핵합의 당사국 대표단은 빈의 한 호텔에서 만나 2018년 미국의 탈퇴로 사실상 무너진 핵합의 복원에 대해 논의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과 독일까지 6개국(P5+1)이 맺은 것이다.

이란의 핵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그 보상으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해제해주는 것이 합의의 골자다.

미국은 이날 탈퇴국 신분인 이유 등으로 회담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빈 시내 또 다른 호텔에서 유럽연합(EU) 측 대표단과의 소통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담에 참여했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합의 복원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미국과 이란은 회담 첫날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하면서도 결과까지 장밋빛으로 보진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앞으로 어려운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이는(회담은) 건강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 협상 대표자인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 또한 이번 회담을 "올바른 길"이라고 언급했고, WP는 이에 대해 "이란의 최근 강경한 언사를 감안할 때 주목할만한 발언"이라고 봤다.

다만 아락치 차관은 이란의 프레스TV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회담은)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이란의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해제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도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회담의 시기 및 구조는 바이든 정부 하에서 미국과 이란이 신속하고 강력한 재협상을 하길 희망했던 이들에게 실망감을 선사한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이란 핵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이다.

WP는 "이달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3개월이 가까워진 가운데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합의 재개를 위한 어떤 과감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미국과 이란은 여전히 공개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누군가) 직접적으로 묻지 않는 한 그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체는 이어 "이는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적 여파 등 국내 과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 협정에 재가입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의회 내 공화당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잠재적으로 그의 국내 목표들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과 EU, 중국, 러시아 외교관들이 2021년 4월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그랜드 호텔에서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한편 이번 회담에서 당사국들은 두 개의 워킹그룹을 꾸리기로 했는데, 이로써 협의의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스트리아 주재 러시아 대사 미하일 울리야노프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이란이 이 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회복하기 위해 취해야할 구체적인 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두 개의 전문가 집단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은 워킹그룹을 꾸리는 이 협정에 함께 서명했다. 두 개 중 하나는 합의 복원을 위해 이란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머지 하나는 미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수잔 말로니는 "더 길고 강력한 거래를 목표로 한다는 모든 고위 관계자들의 성명을 받아들이려 한다"며 "사실 핵합의를 간단히 수습하고 승리라고 부르려는 유혹은 아마도 상당히 유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말로니는 이어 현재로선 코로나19 등을 해결해야 하는 만큼 핵합의는 행정부(바이든)의 최우선 과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제한된 외교가 신경전을 진정시키고 시간을 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회담이 핵합의 복원의 물꼬를 트기는 했지만 조기에 성과가 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차관보는 "겹겹으로 겹친 경제제재로 앞으로의 과제는 특히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은 이란과의 협상에 있어 주요 목표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상자 안에'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란 전문가인 베남 벤 탈레블루는 "인내는 미덕이지만 이는 조기 제재완화 (주장이 있거나) 또는 회담이 반복될 때마다 미국이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잃을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언급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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