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강국 프랑스.. 그들의 비밀은 '독립서점'에 있다

오유리 2021. 4. 7. 16: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만 760여 개의 서점 분포

이제 서점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때


독서 강국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국민의 1년 평균 독서량은 5.9권, 우리나라의 평균 1.3권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2019년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프랑스인들의 책 사랑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만 15세 이상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2017년도에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39%가 1년에 5~19권의 책을 읽으며 20권 이상 읽는 사람의 비율도 31%에 달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프랑스에는 도시 곳곳에 꽤 많은 수의 도서관이 있을뿐더러 대형서점부터 독립서점까지 일상에서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수없이 많다. 세계에서 서점 밀집도가 가장 높은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리만 해도 760여 개의 서점이 있는데, 그중 240여 개의 서점이 소르본 대학을 비롯한 대학과 고등교육 시설이 많은 5구에 분포되어 있다. 파리의 면적이 105제곱킬로미터로 서울의 6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걸 고려할 때, 서점의 숫자는 놀라운 수준이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모아놓은 서점도 있지만, 문학, 역사, 예술은 물론이고 여행, 철학, 아동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서점이 많다. 특히 책 읽는 것을 중시하는 교육 환경 덕분에 아이들을 위한 아동 전문 서점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파리의 독립 서점 중 아동용 철학책을 펴내고 있는 서점을 방문해 프랑스의 독립 출판과 독서 문화의 일면을 취재했다.


파리 5구에 있는 ‘리브레리 데 쁘띠 플라통(Librairie des petits Platons)’은 아동 및 성인을 위한 철학책을 만드는 출판사인 '레 쁘띠 플라통(Les Petits Platons)'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2009년에 설립된 이 출판사는 철학자들이 직접 집필한 아동용 철학책 시리즈로 유명하다.


◆파리의 독립서점 ‘리브레리 데 쁘띠 플라통’ 전경 ©오유리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패트리샤 스트라우스 씨에게 주요 독자로 삼고 있는 연령대를 묻자 9살부터 99살까지라고 답한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고루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란 뜻이다. 서점 내부에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많이 보였다. 아동용 철학책을 출판한 이유를 묻자 그녀는 “프랑스인은 17살부터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철학을 배우지만, 아이 때부터 삶과 우정, 사랑과 자유와 같은 철학적 명제에 대해 생각하는 ‘어린이 생각 훈련’을 돕는 책을 만들고 싶어 기획하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가장 잘 알려진 책으로 3세부터 5세를 대상으로 하는 철학 동화와 9세부터 15세를 위한 ‘플라톤 시리즈’가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노자, 칸트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을 한 권에 담아낸 이 시리즈는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20개 언어로 번역돼 25개 국가에서 출판되었다. 아인슈타인, 갈릴레오, 도스토예프스키와 같은 위대한 문학가와 과학자의 이론도 포함되어 있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했다고 한다.


◆서점 안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 ©오유리


이 서점이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지역사회에서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매월 아이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례로 철학 교사가 진행하는 1시간가량의 미니 강의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참석하는 독서토론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독립 서점이 있는 도시 파리,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한 자리를 지켜온 독립 서점은 요즘 한 목소리로 말한다. 앞으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교류하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그래서인지 최근 많은 서점에서 독서 토론과 작가 강연회, 글쓰기 모임과 같은 책과 관련된 여러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 오유리 글로벌 리포터 aprilstory17@naver.com


■ 필자 소개

프리랜서 작가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