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한국 동결 10억달러 안 바꿔"
양측 '제재 해제' '핵 규정 준수' 다룰 2개 워킹그룹엔 합의
[경향신문]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 카드로 한국 내 이란 동결자산 일부 해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란은 모든 제재를 풀어야 한다면서 ‘단계적 접근법’을 거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린 첫 JCPOA 복원 당사국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이란이 20% 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면 그 대가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10억달러를 풀어주겠다는 내용의 미국 측 제안을 공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터무니없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국 은행들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가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단행한 대이란 제재로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70억달러가 묶여 있다. 이란은 수년간 동결자금 해제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 이란은 미국 제재에 맞서 지난 1월부터 우라늄 농축률을 JCPOA가 규정한 3.67%를 넘어선 20%로 높였다. JCPOA 복원 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그러자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률을 3.67%로 줄이는 대가로 한국 내 동결자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번에는 이란이 거부했다. 이란은 ‘단계적 접근 방식’에 반대한다면서 2018년 이후 트럼프 정부가 단행한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의 20% 우라늄 생산 중단 거부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이란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 이란 정부는 전날 정 총리가 동결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테헤란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들고 오라고 한국을 압박했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석 달 넘게 이란에 나포된 한국 국적 상선 ‘한국케미’호를 돌려받기 위해 미국의 승인하에 동결자금 10억달러를 이란에 돌려주려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우라늄 관련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JCPOA 복원을 위한 두 가지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두 워킹그룹은 각각 대이란 제재 해제 문제와 이란의 JCPOA 규정 준수 문제를 다루게 된다.
첫 합의 성과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환영할 만하고 건설적이며 잠재적으로 유용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도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모든 제재를 한번에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을 중재한 유럽 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사찰 허용 기한인 5월 말 전에 협상의 진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협상단 관계자는 “(이란 대선이 예정된) 6월 전에 JCPOA를 복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꼽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이란 관계자들은 첫 협상이 시작된 이날 각각 빈의 임페리얼호텔과 그랜드호텔에 묵고 있다.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거부하면서 유럽 관리들이 두 호텔을 오가며 양국을 중재하고 있다. 다음 회의는 9일에 열린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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