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안희연 "하니 또한 나의 정체성"..첫 영화 '어른들은몰라요'를 만나기까지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안희연과 하니, 모두 저의 정체성이죠."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이환 감독, 돈키호테엔터테인먼트 제작). 극중 주영 역을 맡은 안희연(29)이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012년 아이돌그룹 EXID의 하니로 데뷔해 가요계 원조 역주행의 신화를 쓰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안희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고 건강한 매력으로 사랑받았던 하니는 지난 해 드라마 '엑스엑스'를 통해 연기자로 변신,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로지 시리즈 'SF8-하얀 까마귀', 카카오TV 오리지널 '아직 낫서른' 등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런 그가 첫 스크린 데뷔작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파격적인 변신으로 완전한 배우로 거듭난다.
이날 안희연은 "마음이 많이 아팠던 영화였다. 처음에는 연기가 좀 보이다가 나중에는 연기가 아니라 이야기가 보이더라. 그리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마음이 되게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더라.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노래가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라는 노래인데, 그 노래를 들으니 눈물이 났다. 옆을 보니 유미도 똑같더라. 이런 메시지를 가진 영화에 제가 함께 했다는게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른들은 몰라요'를 감상한 소감을 전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드라마 촬영 전 크랭크업 한 안희연의 첫번째 연기 도전작. 하니는 첫 연기작을 스크린으로 감상한 기분에 대해 묻자 "이렇게 큰 스크린으로 제 연기를 보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 답했다. "사실 연기라는 건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한거다. 2년만에 촬영한 걸 보게 된 건데, 촬영하는 기간이 제게는 굉장히 '짙게' 살았다는 느낌이다. 촬영할 당시 제가 전 회사랑 전속계약이 끝나고 소속사도 없는 상태였다. 회사도 없는 상태에서 이 영화를 찍기로 하고 영화 워크샵을 하고, 촬영이 없는 날에는 감독님을 붙잡고 제 촬영분량이 없을 때도 촬영장에 갔다. 정말 이 영화에만 모든 걸 쏟았다"고 설명했다.
극중 파격적인 10대 청소년의 설정에 대해 "사실 저도 영화를 찍으면서 이렇게까지 거리로 내몰린 10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화영'도 마찬가지이지만 감독님 작품이 인물들의 전사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납득을 해가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사실 제가 주영을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돌로 세진을 내려쳐야 하는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첫 연기 도전작을 흡연과 심한 욕설 연기가 포함된 어려운 캐릭터로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나 걱정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안희연은 "'앞으로 제가 쭉 연기를 하겠다, 난 연기자가 될거야! 난 이 영화를 시작으로 연기자가 될꺼야!'라는 마음을 먹었으면 그런 장면들이 걱정이 될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을 택할 때 나는 미래에 뭘 할지 몰랐다. 심지어 엄마에게 '엄마 나는 시인이 되고 싶으면 시인이 될거야'라고 말까지 했었다. 예전에는 되게 멀리 보고 살았다. 목표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었다.그런데 그것도 어느 순간 그런 목표를 세운다고 다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EXID 전속계약 만료 이후 배우 전향을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것인지 묻자 "연기에 대한 상상은 해봤다. 그런데 제가 경험과 데이터가 없는데 '난 이제 배우가 되야지'라고 할 수 없는거 아닌가. 연기 레슨을 받아보긴 했지만 현장은 또 모르지 않나. 그래서 함부로 정할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이 영화를 찍고 정말 좋았다. 의미있는 무언가에 함께 하게 된게 좋은건지, 연기하는게 좋은건지 확신이 서진 않았다. 그래서 정반대에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놓아봐야하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웹드라마 'XX'를 촬영했다. 그러다보니까 정말 재미있었고 그 다음을 찾게 되더라"고 솔직히 말했다.
EXID 활동 종료 이후 쉽게 향후 활동을 정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계약이 끝났을 때 제가 28살이었는데, 연기나 가수 솔로 활동, 둘중에 하나만 선택하기에는 너무 어린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니가 가장 좋아하는게 뭐냐'라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바로 해외 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중 제안을 받게 된 이 영화였던 거다"고 말했다. 이제는 연기하는 자신도 익숙해졌다는 그는 "현재 자신의 정체성의 확립이 제대로 된 것인가"라는 물음에 "요새는 저를 소개할 때 '안희연 혹은 하니입니다'라고 한다. 하니도 오랜 시간 팬분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제 정체성이다"며 미소지었다.
원조 차트 역주행 걸그룹이었던 EXID. 역주행의 일등공신이었던 안희연은 "최근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 신드롬을 보며 '역주행 선배'로서 어떤 기분인가"라고 묻자 "사실 브레이브걸스 선배님들이 저보다 더 데뷔 선배님들이다. 저희가 2012년 데뷔이고 브레이브걸스 선배님들이 2011년 데뷔이시다. 사실 저희보다 저 오랜 시간 꿈을 지키시고 버티신 거 아닌가.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벅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 "정말 요새 힘든일도 많지 않나. 그런데 이런 희망의 아이콘이 생겼다는거, 브레이브걸스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힘을 얻으신다는 게 너무 기쁘더라. '유퀴즈'에서 그간 힘들었던 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걸 봤는데 제가 다 힘이 나더라. 정말 감사하다. 그런 일이 더 많이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브레이브걸스를 보면서 EXID의 역주행 시절도 많이 떠올랐다는 안희연은 "그때 저희의 모습도 생각이 나더라. 사실 그때의 저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다가 다음 날 '이거 니꺼 아니야'라면서 가져갈까봐 걱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선물이 내 것이 맞았는데,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조금더 즐겼어도 됐을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10대 가출팸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주목을 받았던 영화 '박화영'(2018)을 연출한 이환 감독의 차기작이다. 이유미, 안희연, 신햇빛, 이환 등이 출연한다. 오는 1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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