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희귀혈전 관련성 있나, 결과 촉각..국내 영향은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김서영 오주현 기자 = 아스트라제네카(AZ)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혈전 생성'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의 한 고위 인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희귀 혈전증 간 명백한 인과 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EMA는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오는 7∼8일(현지시간) 검토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내 전문가는 EMA가 일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희귀혈전증 발생간 인과성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관련이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도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자료를 바탕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매우 드문 혈전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점차 증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다른 백신에서는 이런 현상이 보고되지 않는 점은 제 판단의 중요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EMA가) 강하게 연관돼 있다고는 못할 것"이라며 "백그라운드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간의 연관성에 대해 "백신을 맞은 10만명이 MRI(자기공명영상)를 찍고, 미접종자 10만명도 찍는 정도의 노력을 해야지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만일 EMA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희귀 혈전증간 연관성을 인정할 경우 상반기 내에 1천200만명을 대상으로 접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일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상반기에 도입되는 백신 1천808만8천회분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천67만4천회분(5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EMA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희귀혈전 생성간 인과성이 낮다고 밝히면서 지속적인 접종을 권고하더라도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뇌정맥동혈전증'(CVST) 진단을 받은 20대 사례가 있는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EMA의 검토 결과를 주시하면서 대응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 교수는 "결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희귀 혈전증) 위험을 감수하면서 접종을 지속하는 게 맞는지, 다른 백신으로 접종하는 게 맞는지, 접종을 중단해야 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만일 접종군을 제한한다면 접종률이 낮아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른 연령군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를 봐야 알겠지만, (우선 백신을) 맞게 하는 쪽이 맞다고 본다"면서 "65세 이상은 압도적으로 이득이 크고 65세 이하라고 하더라도 기저질환이 있으면 이득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접종과 희귀 혈전간 인과성이 확인된다면 "(접종계획을) 당연히 재검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해외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희귀 혈전증에 대한) 국내 기저율 측정과 발생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위험과 이익 계산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위험이 크다면 접종연령 제한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현재 만 60세 이상에 대해서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1천800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영국에선 접종 뒤 희귀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가 30건 보고됐지만, 접종에 연령제한은 없다.
정 교수는 "접종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아나필락시스' 정도에 준하는 주의사항과 모니터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현장에서 관찰과 대응으로 대부분의 사례를 찾을 수 있지만, CVST는 접종 후 시간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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