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가 퇴행과 더 중요해진 '正論 신문'

기자 2021. 4. 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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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월 7일은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일이자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1957년 제정된 이래 해마다 민주 자유 언론의 실천 의지를 새롭게 다짐해 왔다.

우리 사회를 다시 제자리에 복귀시켜 놓기 위해서도 올바른 가치 체계에 대한 고급한 담론을 싣는 정론지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 신문의 날, 오늘의 지상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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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오늘 4월 7일은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일이자 ‘신문의 날’이다. 신문의 날은 1957년 제정된 이래 해마다 민주 자유 언론의 실천 의지를 새롭게 다짐해 왔다. 하지만 올해 그것이 지닌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60여 년 동안의 피땀으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고 있던 우리나라가 퇴행의 길을 걸으면서 무너지는 징후가 신문의 중요성을 더욱더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와 달리 오늘날 언론의 기능과 역할은 제4의 정부로 일컬을 만큼 지대하다. 언론은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와 가치를 표현하고 국민 간의 통합을 위해 사회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평가 보도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여론을 형성하는 막강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언론인들이 강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고 ‘칼보다 무서운 펜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적(敵)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영상 매체의 지나친 범람으로 사회 일각에서는 신문의 기능을 인식하지 못하는 후진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실로, 영상 매체의 물리적 공세로 신문의 가치를 몰각(沒覺)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은 근원적인 진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또 그것에 관한 지식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말하기’라고 했다. 이에 반해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텍스트밖에 없다’며 글쓰기는 말하기의 부수적인 언어가 아니라, 음성적인 언어가 접근하지 못하거나 남겨 놓은 진실의 여백을 채울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영상 매체 앞의 시청자는 ‘보는 마약’으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지만, 신문 독자들은 침묵의 언어와 함께 능동적인 사고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영상 매체가 우리의 의식 세계를 범람하더라도 신문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신문은 사회를 올바르게 인도하는 ‘고급한 정론지(正論紙)’가 돼야 한다. 만일 상업주의를 추구하는 센세이셔널리즘이나 권력의 유혹에 빠지게 되면 그것이 지닌 사회적 가치와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웨인 부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고급 정론지’가 지향해야 할 바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독자들의 감각적이고 반지성적인 충동과 낡고 진부한 믿음을 만족시키거나 조장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즉, 일반 독자들이 인문학적인 비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언론인들이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속해 있는 낡은 정치와 문화의 틀은 화석처럼 굳어져 아무런 발전을 이룰 수 없다. 둘째, 신문은 제한된 지면으로 된 말의 일방적인 통로이므로 무비판적인 독자들을 오도(誤導)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심층적인 분석과 해설이 중요하다. 셋째, 역사 속에서 매순간 지적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모르고 진부한 과거에만 매달린다면, 그 신문 독자들을 시대 낙오자로 만들게 될 것이다.

지적인 혁명이 끊임없이 일어나는데도 우리 사회는 타성과 혼돈 상태에 빠져 구시대적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퇴행적인 길을 걷고 있다. 우리 사회를 다시 제자리에 복귀시켜 놓기 위해서도 올바른 가치 체계에 대한 고급한 담론을 싣는 정론지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 신문의 날, 오늘의 지상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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