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노동자가 만든 신발 [오늘을 생각한다]

2021. 4. 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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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며칠 전 중국의 한 애국 네티즌은 나이키 운동화를 불태우는 영상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다. H&M과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브랜드들이 신장웨이우얼(위구르) 강제노동 문제로 신장산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하자 일어난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 과장된 퍼포먼스가 뉴스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나이키 세일 행사에는 35만명이 몰려 매진됐다.

서구는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동 이슈를 두고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0년 9월 신장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비롯해 일부 품목 수입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과 영국이 가세했다. 서구 정부들의 물밑 공세에 기업들은 각기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가령 H&M과 나이키, 버버리, 아디다스 등은 일찌감치 ‘더 나은 면화 이니셔티브(BCI)’에 가맹해 지난해 이후 신장 면화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데 이 사실이 뒤늦게 일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H&M은 사실상 영업이 어려워졌고, 반면 휠라나 퓨마는 신장 면화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애국주의자들의 최종 목표는 나이키의 굴복과 사과일 것이다.

사실 신장 면화보다 더 큰 문제는 위구르족 강제노동을 둘러싼 쟁점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을 비롯한 소수민족 노동자들을 서부의 황량한 땅에서 산업이 발전한 지대로 이주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8만명 이상의 위구르족 노동자들이 서부의 가난한 마을에서 동부 제조도시들로 대량 이동했다. 각자의 자유의지로 이동한 게 아니라 정부와 기업 간 계약에 의해 옮겨졌다. 애플, 아마존, 삼성, 소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이 강제노동과 연루돼 있다.

우리가 위구르족 강제노동 문제에 있어 관망자나 논평가가 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특히 우리 기업 태광실업은 그것이 가장 첨예하게 벌어진 현장 중 하나다. 태광은 2007년부터 신장웨이우얼 7개 현에 살던 소수민족 노동자 9800여명을 60여차례에 걸쳐 데려왔다. 1년 전까지 이곳에서 일하는 위구르족 노동자만 800여명이었다. 라이시시 통일전선부는 공장 안에 ‘민족단결의 집’을 만들어 위구르족 노동자들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보통화를 가르치는 활동을 펼쳤다. 이런 활동 덕분에 중앙정부는 이 민족단결의 집을 ‘모범 모델’로 선정하고, 표창을 내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공장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만드는 위구르족 여성 노동자들이 신장 정부에 의해 ‘파견’된 탓에 공장 외벽에는 감시탑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고, 단지를 벗어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위구르족 숙소는 한족 숙소와 철저히 분리돼 있고, 문에는 얼굴인식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태광은 해마다 700만켤레 이상의 나이키 신발을 생산해왔다. 우리가 국적의 틀에 가로막혀 우리의 모순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내로남불’은 정치인 몇몇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해외 진출 한국 기업의 노동권을 감시해야 하는 몫이 우리에게 있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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