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남' 일류첸코, 포항은 따스했고 전북은 웃었다 [현장 리포트]

남장현 기자 2021. 4.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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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작은 동창회를 보는 듯했다.

2일 대구FC와 7라운드 홈경기 때 포항 팬들은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학비를 지원한 수원 삼성 대신 전북으로 이적한 백승호와 전북 구단을 향한 비난 걸개를 내걸었다.

전북은 일류첸코를 중심으로 한 '포항 출신 3총사'를 모두 뺀 후반 42분 포항 임상협에게 한 골을 내줬으나 후반 추가시간 이승기의 측면 크로스를 한교원이 쐐기 골로 연결해 3-1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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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일류첸코.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마치 작은 동창회를 보는 듯했다. 킥오프 전 잔디를 점검할 때 옹기종기 하프라인 주변에 모인 양 팀 선수들은 활짝 웃으며 주먹악수와 함께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포항 스틸러스-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8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6일 포항스틸야드의 풍경이다. 전북에는 유독 포항 출신들이 많다. 최전방 골잡이 일류첸코, ‘중원의 살림꾼’ 최영준은 지난해까지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다용도 공격수’ 김승대는 포항 유스 출신이다.

포항 시절의 활약상도 모두들 눈부셨다. 특히 2019년 여름 포항에 입단한 일류첸코는 한 시즌 반 동안 44경기에서 28골·8도움을 몰아쳤다. 2019시즌을 앞두고 전북에 입단한 최영준은 그해 여름 포항으로 임대됐음에도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깊은 족적을 남겼고, 2013년 포항에서 프로로 데뷔한 김승대는 2019년 7월 전북으로 옮겨 지난 시즌에는 강원FC로 임대됐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복귀했다.

예상대로 전북은 이들 3명을 모두 선발로 세웠다. 포항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도 고려됐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친정이기도 하고 컨디션도 좋다”고 선발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김기동 포항 감독에게는 마냥 행복할 순 없었다. “동고동락한 선수들을 적으로 만나 씁쓸하다”던 그는 “전북에서 잘하고 있어 기쁘다”며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장외 공기도 꽤 훈훈했다. 2일 대구FC와 7라운드 홈경기 때 포항 팬들은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학비를 지원한 수원 삼성 대신 전북으로 이적한 백승호와 전북 구단을 향한 비난 걸개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야유가 사라진 자리를 갈채가 메웠다. 심지어 이적 후 처음 친정을 방문한 독일·러시아 이중국적의 일류첸코를 위해선 독일어로 ‘포항의 영광, 비상하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로 반갑게 맞아줬다.

일류첸코도 남다른 매너를 보여줬다. 전반 33분과 후반 9분 시즌 6·7호 골을 잇달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자제하며 달려오는 동료들을 만류했다. 포항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후반 막판 교체 아웃된 그가 관중석 3곳을 향해 머리를 숙여 감사인사를 전하자, 이번에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전북은 일류첸코를 중심으로 한 ‘포항 출신 3총사’를 모두 뺀 후반 42분 포항 임상협에게 한 골을 내줬으나 후반 추가시간 이승기의 측면 크로스를 한교원이 쐐기 골로 연결해 3-1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포함해 개막 8경기 무패행진(6승2무) 속에 승점 20으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포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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