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청년을 위한 서울시장 / 우석진

한겨레 2021. 4. 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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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7일 오전 중계본동 제3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와 투표참관인들이 투표함 봉인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오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15개월 임기의 새 시장이 탄생한다. 이번 선거가 야당의 정권교체를 위한 교두보 확보를 위한 선거이든 여당의 대통령 수호를 위한 선거이든 내일 아침 서울시는 새로운 서울시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 각 정당은 후보를 세우고 시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 공약을 제시하고, 경쟁을 통해 시민들의 선택을 받는다. 이번 선거에는 진영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책에 대한 상호 검증보다는 후보자 자질에 대한 검증이 거세긴 했다. 후보자가 도쿄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느냐, 후보자가 내곡동에서 생태탕을 먹었느냐는 등 자극적인 후보자 검증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선거 과정을 보도하는 많은 매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승자는 내일 바로 결재를 하면서 정책을 집행해야만 한다. 보통의 선거가 끝나면 인수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인수위에서는 후보자 신분으로 약속했던 정책을 가다듬는 작업을 한다. 당장 실행 가능한 공약들과 천천히 좀 더 발전시켜야 할 것들을 구분한다. 비현실적인 공약은 철회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인수위 없이 바로 시장의 업무가 시작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관심을 크게 못 받았지만 중요해지는 것이 각 후보가 내세운 공약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나 짧은 시간 내에 경선을 여러 번 거쳐야 해서 공약의 내용이 부실하고 비현실적인 것은 사실이다. 서울의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도 차이가 많다. 특히, 부동산 관련 정책은 간극이 크다. 박영선 후보는 21분 생활권 도시 서울을 필두로 해서, 집 걱정 없는 서울을 내세우고 있다. 평당 천만원 반값 아파트와 고품질 공공주택 30만호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용적률 상향을 통한 이익을 공공과 민간이 공유하는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오세훈 후보의 경우 용적률 및 층수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함으로써 민간 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있어 박 후보의 공약과 크게 대비된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좋은 공약을 흡수할 여지는 거의 없다.

하지만 20대 청년들을 위한 정책에서는 어느 정도 장점들을 모아서 더 좋은 정책으로 승화시킬 여지가 존재한다. 양 후보 사이에 정책의 차이가 크지 않다.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들의 여건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 당의 좋은 정책은 흡수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후보 경우 청년들에게 전월세 보증금 무이자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청년에게 출발자산으로서 5천만원 무이자 대출을 해주고, 제대군인 청년에게는 직업훈련원 무료 수강 지원을 공약하고 있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서울시 청년패스를 통해 청년의 이동권 지원을 추가했다. 직주일체형 청년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매월 5기가의 데이터 바우처 지급도 공약했다.

오 후보는 청년 취업사관학교를 설립하여 빅데이터, 인공지능, 핀테크, 블록체인 등의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로의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실전 교육을 청년들에게 무료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그 대상을 기존 5천명에서 5만명으로 10배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2021년 60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공약 중 두번째로 많은 예산을 배당해놓았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해 양 후보 모두 수정 보완된 청년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박 후보는 캠퍼스 타운 내 청년 주거공간을 조성 및 지원하고, 청년 예술가에게 무한 기회 프로젝트를 제공한다고 했고, 오 후보도 청년 주거에 대해서는 박 후보와 동일한 공약을 한 바 있다.

두 후보 모두 청년의 주거 문제, 교육과 훈련 문제, 생활 측면에서 서울시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행복한 도시였으면 한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꿈은 모두 다르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과감히 도전하며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누가 승리하든 상대당의 청년 공약들을 흡수하여 청년들에게 기회의 도시, 서울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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