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세 하한 정하자”… 글로벌 증세 제안
美, 홀로 증세땐 경쟁력약화 걱정
우리 기재부 “논의에 적극 참여”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5일(현지 시각)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천문학적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그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 등 증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과 경쟁국에도 ‘다 같이 증세하자’는 이례적 제안을 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강연에서 “세계는 지난 30년간 법인세율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경쟁을 해왔다”며 “국제적으로 법인세에 하한을 설정하면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 기업의 혁신과 성장, 번영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문제를 두고 “G20(주요 20국) 국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각국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는 또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혼자’가 돼선 안 된다. 지난 4년간 미국(트럼프 정부)이 세계 무대에서 물러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목격했다”고 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손을 잡고 가되 그 대열을 앞에서 끌고 가겠다는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셈이다.
옐런 말대로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벌어진 건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980년대 전 세계 법인세율은 평균 40%대였지만 지난해 23%까지 낮아졌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국이 자국 기업 경쟁력을 높이거나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같은 유럽 소국들은 10%대 법인세율을 내세워 미 기업 등을 유치해 ‘조세 피난처’로 불렸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 부흥을 위해 임기 초 35%였던 법인세율을 21%까지 끌어내렸다.
그러나 코로나가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침체를 극복하고 내수를 살리려 수천조원대 돈보따리를 풀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에 손을 대고 있다. 법인세율을 28%까지 올리는 방안부터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 혼자 법인세를 올리면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크다. 그래서 다같이 증세를 통해 ‘공평한 출구’를 찾자고 제안한 것이다.
법인세 증세를 추진해온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이런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EU(유럽연합) 등 주요 경제권이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증세 입법은 미국 내에서부터 벽에 부닥칠 수 있다. 공화당과 재계에서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극복과 직접 관련 없는 과도한 복지 확대, 친환경 에너지 투자 등 진보 이슈에 몰입하면서 그 비용을 기업에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옐런 장관 발표에 민주당의 보수파 조 맨친 상원의원은 “법인세 28%는 너무 높다. 25%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 내 중도파인 팻 투미 상원의원도 “법인세 증세가 미국 기업을 옭아매는 법이란 점을 자인하고 외국에도 이를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법인세 인상이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란 증거는 없다”고 했다.
옐런 장관의 제안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디지털 과세를 둘러싼 OECD 차원의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제안이 OECD 논의를 뜻하는 것이라면 기존 논의를 이어가면 되고, 그게 아니라 ‘미국만 올리면 미국 통상에 불이익이 생기니 다른 나라도 올리자'는 논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진의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율 등 모든 세금의 인상 여부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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