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쿄올림픽 불참".. 文 남북구상에 차질
외신들 "北이 文희망 내동댕이쳐"
여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기대"
文임기내 北과 관계개선 여지 둬
북한이 6일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해 남북 관계 개선→미·북 대화 재가동으로 이어가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평창 어게인’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외신은 “북한이 한국의 희망을 내동댕이쳤다”(로이터)고 평가했다.
북한 체육성은 이날 “공화국 올림픽위원회는 총회(3월 25일)에서 악성 비루스 감염증(코로나)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 경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정부는 이번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화해 협력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지만 코로나로 그렇게 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남북은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농구, 남녀 조정, 남녀 유도, 여자 하키 종목의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이날 청와대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만큼 곤혹스럽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하노이 노딜' 이후 꽉 막힌 남북, 미·북 관계를 풀기 위해 도쿄올림픽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마련된 남북 고위급 인사 교류를 통해 연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미·북 정상회담까지 성사됐던 ’2018년 평창의 봄'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강경 일변도였던 대(對)일본 정책도 급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한 달여 만에 문 대통령의 구상을 걷어찬 것이다. 북한은 올림픽 불참 명분으로 선수 보호를 내걸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남 압박용인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대안과진단 연구원장은 “한미 연합훈련의 완전 중단 같은 근본 문제 해결 없이는 남측을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내린 불참 결정을 12일간 묵혔다가 공개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여권에 악재일 수밖에 없는 소식을 하필 보궐선거 전날 공개한 것은 고도의 대남 심리전”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달 대남·대미 비난 담화와 함께 무력시위를 개시하고 후속 도발을 예고한 상황에서 올림픽 불참은 예견된 행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검토 작업을 마치고 곧 확정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제재·인권을 통합 압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섣불리 유화적 메시지를 던지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 관계 복원의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아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도 계기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가 언급한 계기란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전과 6·15 공동선언 행사,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을 우려해 7월 열리는 올림픽도 불참하겠다는 북한이 6월 열리는 행사들에 선뜻 참석 의사를 밝히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당국자도 월드컵 예선전과 관련, “현재까지 북한의 참가 여부와 관련해서는 확인된 동향이 없다”고 했다.
여권에선 “현실적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란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도 작년 8·15 경축사에서 평창·도쿄·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라며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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