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에 휘말려선 안돼” 中, 日 쿼드 참여 경고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4.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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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외교장관 90분 통화
3월 12일 열린 쿼드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맨 오른쪽) 일본 총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스가 총리 왼쪽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일본에 대해 “중국에 대해 편견 있는 일부 국가의 선동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본의 쿼드(Quad·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참여에 대해 공개 경고한 것이다.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국 안보협의체다. 중국은 일본에 미·중 대국(大國)의 갈등에 휘말리지 말라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5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90분간 통화했다. 왕 부장은 “어떤 초(超)강대국의 의사도 국제사회를 대표할 수 없으며, 이 초강대국을 따르는 소수 국가도 다자(多者) 규칙을 독점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또 “일본은 자주독립 국가로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중국의 발전을 보고, 중국에 대해 특별히 편견이 있는 일부 국가의 선동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같은 가치 외교를 내세우며 중국에 대해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소수 민족 인권 관련 제재가 대표적이다. 왕이 부장은 모테기 외무상에게 “거짓 정보에 근거해 다른 나라에 대해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제재를 가한다면 세계는 옳고 그름의 분별이 없는 정글의 세계로 후퇴하게 되고, 이는 수많은 중소 국가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중국 내정(內政)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도 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일·미 동맹은 특정한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며 “일·중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확보하려는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중국이 일본을 공개 압박하고 나선 것은 오는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데다 두 나라 주도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쿼드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쿼드는 2007년 안보 대화로 시작했고 9년간 중단됐다가 2017년 재개됐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다자 안보 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첫 쿼드 화상 정상회의를 열었고, 5일부터 7일까지 인도 동부 벵골만에서 쿼드 4개 회원국과 프랑스가 연합 해상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을 중국으로 불러 회담을 한 것도 미국의 쿼드 확대에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국가들은 미국의 동맹이거나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분쟁을 겪는 국가들로 쿼드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앞두고 쿼드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중국은 쿼드와 유럽의 연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5일 일본과 독일이 4월 중순 첫 외교·국방 장관 회담을 열고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이 쿼드 회원국을 늘려 ‘쿼드 플러스’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공을 들이는 대상은 EU(유럽연합)”라고 했다.

한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와 호위함 5척은 4일 미·일의 대중 방어선인 일본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한 데 이어 5일에는 대만 주변 해역에서 훈련을 했다고 일본 방위성과 중국 국방부가 밝혔다. 미국 항공모함인 루스벨트호와 호위함 3척으로 이뤄진 미군 항모전단도 4일 믈라카해협을 거쳐 남중국해에 진입했다고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밝혔다. 루스벨트호가 남중국해에 진입한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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