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 요르단 왕자, 국왕에 충성맹세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4.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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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 형제의 난’ 봉합 국면
요르단 압둘라 2세(왼쪽) 국왕이 2001년 4월 미국으로 향하기 직전 이복동생 함자(오른쪽) 왕자와 함께 웃고 있다. 함자 왕자는 국왕에 맞서다 지난 3일부터 가택 연금 상태에 있었다. /AP 연합뉴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에 맞서다 가택 연금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이복동생 함자 왕자가 압둘라 2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AP통신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함자 왕자가 외세와 결탁했다는 의혹으로 가택 연금당하고 그와 가까운 관리 15명이 체포된 지 이틀 만이다. 이로써 이웃 중동 국가들과 미국 등의 주목을 받던 요르단 왕실의 이복형제 간 갈등은 빠르게 봉합될 전망이다.

왕실이 이날 공개한 서한에서 함자 왕자는 “나에 대한 처분을 국왕 폐하에게 맡긴다”며 “나는 사랑하는 요르단의 헌법에 계속해서 헌신하고 국왕 폐하와 그의 (아들인) 왕세자를 돕겠다”고 했다. 함자 왕자의 변호인도 그가 충성 서약서를 썼다고 시인했다.

지난 3일 함자 왕자는 BBC에 동영상을 보내 “합참의장이 찾아와 집 밖에 나가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말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요르단 정부는 “함자 왕자가 외세와 결탁해 국가 안정을 저해하는 행동을 했다”며 그의 측근들을 체포했다. 1999년 압둘라 2세 즉위 이후 두드러진 권력 다툼이 없었던 왕실에서 이 같은 불협화음이 노출되자 왕실 원로들이 서둘러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들은 압둘라 2세의 삼촌인 하산 왕자의 중재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1952년 즉위한 선왕(先王) 후세인 1세는 1965년 동생 하산 왕자를 왕세제로 지명했다. 하지만 후세인 1세는 1999년 암으로 별세하기 3주전 하산 왕자에게서 왕세제 지위를 빼앗아 아들인 압둘라 2세를 왕세자로 책봉했다. 하산 왕자는 34년간 기다린 왕위를 코앞에서 빼앗겼지만 공개적인 불만은 제기하지 않았다.

요르단 왕실의 하산 왕자./위키피디아

이런 과거를 갖고 있는 하산 왕자가 자신의 조카들인 압둘라 2세와 함자 왕자 간의 갈등 조율에 나서자 모두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왕실 내 갈등에 대해 미국·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우방이 일제히 압둘라 2세 지지를 선언한 것도 함자 왕자 운신의 폭을 좁혔던 것으로 관측된다.

왕실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압둘라 2세가 함자 왕자를 처벌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왕실은 이날 성명에서 “함자 왕자는 요르단과 아랍 세계에 기여가 높은 인물로서 기후변화 대응 이슈에 대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함자 왕자의 어머니 누르 왕비. 2010년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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