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의맛깊은인생] 미나리가 원더풀인 어느 봄밤

남상훈 2021. 4. 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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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봄을 대표하는 나물 중 하나다.

지금이 미나리가 한창 많이 날 때이고 가장 맛이 좋을 때다.

미나리가 삼겹살의 느끼한 맛을 제대로 잡아주었다.

"미나리는 참 좋은 거란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하든 다 먹을 수 있어. 맛있고 국에도 넣어 먹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영화 속 윤여정의 대사가 미나리가 어떤 식물이고 어떤 음식인지를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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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봄을 대표하는 나물 중 하나다. 지금이 미나리가 한창 많이 날 때이고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시장과 마트의 채소 코너마다 가득 쌓여 있다. 조금 더 있으면 더운 바람이 불고 미나리 대가 굵어지고 질겨지며 맛이 없어진다.

미나리는 지리나 매운탕에 넣어 먹거나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향긋하고 상쾌한 맛이 콧속까지 스미고 경쾌하면서도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다. 비타민B가 풍부하고 몸속의 중금속과 독성 성분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어릴 적 어머니는 피를 맑게 해준다며 데친 미나리를 이맘때 식탁에 자주 올리셨는데, 그때는 향과 식감이 싫어 젓가락을 대지도 않았다.

지난 주말 동네 마트에서 미나리 한 단을 샀다. 프라이팬에 삼겹살과 미나리를 함께 올려 구웠다. 돼지고기 기름에 구워진 미나리가 고소하면서도 향긋했다. 상추에 숨이 죽은 미나리를 넉넉하게 깔고 그 위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올려 쌈을 만들어 먹었다. 오직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쌈이다. 삼겹살을 생미나리로 돌돌 말아 먹기도 했다. 궁합이 좋았다. 아삭한 미나리와 쫀득한 삼겹살이 잘 어울렸다. 미나리가 삼겹살의 느끼한 맛을 제대로 잡아주었다. 제철 미나리의 맛에 삼겹살이 밀렸다. 미나리가 주연이었고 삼겹살이 조연이었다. 물론 아이들 젓가락은 미나리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열 살 때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미나리’도 화제다.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한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2020년 2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 등 2관왕을 차지한 이후 미국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나리는 참 좋은 거란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하든 다 먹을 수 있어. 맛있고 국에도 넣어 먹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영화 속 윤여정의 대사가 미나리가 어떤 식물이고 어떤 음식인지를 잘 말해준다.

어제는 미나리전을 부쳤다. 달래간장을 만들어 찍어 먹었는데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미나리향이 입을 행복하게 했다. 물론 막걸리 한 잔도 곁들였다. 전날 많이 내린 비 때문에 대기 중의 먼지가 씻겼는지 밤공기가 유독 맑았다. 베란다 창문을 열었는데 시원하고 청량한 공기가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가로등 빛을 받은 벚나무가 풍성하고 밝았다. 이 봄도 곧 가겠지. 봄바람이 불었고 벚꽃잎이 후드득 떨어져내렸다. 미나리전과 막걸리 한 잔이 있고 벚나무가 환하게 서 있는 봄밤,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봄밤이었다.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윤여정의 대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최갑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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