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 나토 지원 호소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크렘린궁 "상황 더 악화시킬 것" 경고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나서자 러시아가 경고 메시지를 내놓는 등 양측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토 가입을 위한 사전 단계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최대 현안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우리는 군대와 국방 부문 개혁에 헌신하고 있지만 개혁만으로 러시아를 저지할 순 없다"면서 "나토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전쟁을 종결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은 러시아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AP는 나토 가입을 위한 법적 절차의 첫 번째 조치로 정치, 경제, 군사, 법률 등 주요 분야에 걸쳐 나토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조치들을 수행하고 이에 대해 나토의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08년 MAP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다가 2010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권 때 철회한 바 있다.
젤렌스키는 이날 스톨텐베르그 총장에게 러시아가 군대를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집결시키면서 공격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알리고, 나토 회원국들이 흑해 안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흑해 해역 주둔 군사력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그러한 (나토군의 흑해) 상주가 역내에서 대규모 군사화를 계속하면서 상업적 선박 운항을 방해하는 러시아를 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러시아는 즉각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것(나토 가입 추진)이 우크라이나가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것이라는 데 큰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토 가입에 관해 얘기할 때 국민의 견해에서 멀어져선 절대 안 된다"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돈바스 지역)에 사는 친러 성향 주민들은 그러한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친서방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4년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는 법률을 채택했고, 2016년에는 나토 가입을 대외 정책 목표로 설정한 법률 개정안을 승인했다.
우크라이나는 이후 나토군과의 공조를 위한 군대 개편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는 한편 미국 주도의 나토 국가들과 지속해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019년 2월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을 의미하는 '불가역 대서양 노선' 문구를 명시한 개헌안을 채택했다.
나토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심도 있는 양자 관계를 지칭하는 '확대된 기회의 파트너'(EOP) 지위를 부여했다.
러시아는 자국과 국경을 맞댄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의 나토 가입 추진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때 소련권이었던 동유럽과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이 나토에 가입한 데 이어 자국과 국경을 접한 옛 소련 국가들마저 서방 군사 진영으로 편입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경계심이다.
러시아의 크림병합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분쟁 개입도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토는 분쟁 확대를 우려해 해결되지 않은 영토 문제를 가진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무력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로 군대를 증강 배치하고 있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돈바스 지역 분쟁에서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 같은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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