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철수' 달갑지 않은 통신사들
제조사 줄며 협상력 약화 우려
단말기 값 상승 등으로 이어질 듯
[경향신문]
“모토로라, 노키아, 팬택앤큐리텔…. 휴대폰 제조사가 많던 시절엔 제조사들이 이통사에 납품경쟁을 벌이던 때도 있었죠. 지금은 애플, 삼성이 ‘갑’이에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이동통신업계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가장 큰 걱정은 제조사와의 협상력 약화다. 제조사 간 경쟁이 줄어들면서 단말기 가격 상승, 프로모션 축소 등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후 삼성전자와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5%, 애플 21%, LG전자 13%였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점유율 중 상당 부분이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삼성전자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제조사가 줄어들면 단말기 수급계약 등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오르면서 가격 정책이나 프로모션 등에서 삼성전자의 입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LG폰의 비중이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협상 대상이 3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지금도 삼성과 애플의 눈치를 보는데 앞으로 공급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통사들이 더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 제조사들의 마케팅 경쟁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을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단말기 제조사 경쟁 요인이 줄면 제조사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이통사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높게 투입할 유인도 줄어들게 된다. 이는 결국 스마트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한 중저가 단말기 확보가 경쟁력인 알뜰폰 업계 역시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LG전자 재고처리로 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 수급량과 종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분리공시제 도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리공시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지원금 규모를 구분 공시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는 게 취지다.
LG 스마트폰이 사라진 상황에서 제조사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애플을 빼면 사실상 삼성전자에만 해당하는 제도가 될 수 있어 ‘경쟁을 통한 출고가 인하’ 의미가 옅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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