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집권 불투명, 배임죄 실형 위기..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면초가'
재판서 결정적 증언 쏟아져
리쿠르당은 연정 협상 실패
[경향신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지난달 총선 성적이 부진했던 여당이 연정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재집권이 불투명해졌고, 진행 중인 재판에서 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가 인정되면 실형을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예루살렘 법원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공판이 재개됐다. 피고인으로 나온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와 호주 사업가 등으로부터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친정부 성향 일간의 경쟁 신문사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 뉴스 보도 포털사이트에 친정부 기사를 쓰도록 압박한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세 번째 혐의를 결정적으로 증명하는 증언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왈라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일란 예수아는 “네타냐후와 포털사이트 모회사 베제크의 소유주가 ‘친정부적 기사를 쓰고, 네타냐후의 정적을 공격하는 기사를 쓰라’고 지시하는 e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 야이르가 왈라 측에 반정부적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증언했다. 그는 “뉴스 편집진이 네타냐후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빗대 ‘김’으로 불렀다”며 “편집진끼리 네타냐후가 써달라고 요청한 기사를 주문 제작 케밥을 뜻하는 ‘시시케밥’이라는 은어로 불렀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검찰의 기소에 대해 자신을 향한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재판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재판은 검찰의 권력남용”이라며 “재판을 통해 쿠데타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인 리쿠르당은 네타냐후 총리의 재선을 위해 연정 협상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리쿠르당은 5일까지 의회 정원 120석 중 52석의 네타냐후 지지표를 확보했지만, 과반인 61석을 채우려면 9석의 지지가 더 필요하다. 현재로선 과반 확보가 쉽지 않다. 당초 리쿠르당의 연정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극우 정당 야미나는 이날 나프탈리 베넷 의원을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 리쿠르당은 아직 총리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아랍계 정당 람(Ra’am·4석)과의 연정 시도는 가능하지만 네타냐후의 집권 기반인 시오니스트 정당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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