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학살 - 로버트 단턴 [오창은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1996)은 “18세기 프랑스의 사고방식”을 연구한 역사서다. 역사는 증거와 자료를 중시한다. 문학적 상상과는 거리를 두려고 하며, 실증적 자료에 기반한 해석적 상상을 허용한다. <고양이 대학살>은 역사학계의 경향을 바꾼 책이다. 정신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미시문화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냈다.
책의 배경은 1730년대 프랑스 파리 생세브랭가의 한 인쇄소다. 니콜라 콩타라는 인물이 ‘고양이 대학살’을 기록으로 남겼다. 미국 프린스턴대 로버트 단턴 교수가 이 ‘노골적이고 혐오스러운 사건’을 흥미롭게 해석해냈다. 18세기 프랑스는 도제식 노동에서 임금 노동으로 변화하는 과정 중이었다. 이 시기에 인쇄공들은 일·음식·잠에서 주인집 고양이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았다. 불만에 찬 견습공들은 ‘부르주아’에 대한 상징적 보복으로 주인집 고양이에 대한 학살을 감행했다.
로버트 단턴의 ‘18세기 파리 인쇄공들’에 대한 문화사적 재현을 읽으며 충격을 받았다. 조그만 기록도 세계를 품을 수 있다. 문제는 해석이다. 단턴은 문학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고양이 학살 사건’을 풍부하게 해석해냈다. 역사적 사실만으로는 구체화할 수 없는 실감이 그의 글에는 담겨 있다. 역사 기술도 문학적 상상으로 충분히 찬란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 대학살>을 읽은 것은 2007년 6월이었다. ‘예사인 세미나’라는 책읽기 모임에서 처음 읽은 책이 <고양이 대학살>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 2021년 4월 131회째에 이른다. 책은 혼자 읽는 것이지만,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교감하게 된다. 예사인 세미나의 책 읽기 공부 모임은 <고양이 대학살>에 담긴 강렬한 서사의 힘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오창은 | 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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