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광주시 공무원들의 수상한 보고서

이성각,최송현 2021. 4. 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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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기자]

KBS가 지난 1월부터 사업계획 변경의 문제점을 연속 보도하고 있는 광주 중앙공원 1지구입니다.

핵심 쟁점의 하나가 바로 아파트 분양가인데요.

사업법인측은 후분양으로 3.3제곱미터당 1900만원에, 법인의 최대주주인 한양측은 선분양으로 1600만원대에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후분양은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보증이 필요없지만, 선분양은 광주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를 제한받습니다.

그래서 3백만원 가량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느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산정하는 분양가 한도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 공무원들이 보증공사를 방문해 사전 심사를 받았는데, 중앙공원 1지구는 3.3제곱미터당 천 2백만원 이하라고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선분양으로 1600만원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한양측 주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광주시 공무원들의 사전심사 보고는 사실일까요?

이성각 기자가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담당하는 광주시 5급과 6급 공무원 두 명이 주택도시보증공사 지역 지사를 방문한 건 지난달 30일.

지사를 방문한 이후 공무원들이 작성한 보고섭니다.

중앙공원 1지구의 분양가를 사전심사 받았는데, 3.3제곱미터당 천 백만원에서 천2백만원 수준이라고 보고합니다.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한양 측의 선분양 1600만원대 공급은 불가능하다는 의미고, 또 후분양 1900만원 공급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상담을 진행했던 보증공사 직원의 말은 다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광주전남지사 관계자/음성변조 : "(광주시 관계자가)들어오셔서 상담하긴 했어요. 그 금액(분양가)에 대해서는 심사 들어가봐야 한다고 말씀드렸거든요."]

분양가 심사를 담당하는 보증공사 본사 역시 해당 건에 대한 사전 심사 자체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본사 관계자/음성변조 : "현재 시점에서 주위 시세가 요정도됩니다라고 (지사에서)말씀드린 정도 같고요. 그걸 가지고 실질적으로 심사 신청도 안들어왔고, 심사를 진행한 적도 없고, 심사 결과를 말씀 드린 적도 없어요."]

중앙공원 1지구의 단순 주변 아파트 시세가, 보증공사의 분양가 사전 심사를 받은 것으로 둔갑한, 사실상 허위 보고입니다.

해당 공무원은 '사전심사'라는 용어를 잘못 사용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광주시 담당공무원 : "제가 단어 표현(상담을 사전심사로), 선택을 잘못한 것은 죄송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중앙공원 1지구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분양 예정으로, 그 사이 인근의 염주동 포스코 입주 등 분양가 상승 변수가 많다는 점을 사실상 외면했다는 겁니다.

한양 측 분양가로는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원들이 단순 상담을 사전 심사를 받은 것처럼 보고한 시점은 중앙공원 1지구 재검토를 위한 조정협의회 2차 회의를 사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KBS 뉴스 이성각입니다.

▲ [집중취재] 출장 규정도 어기고 중립성도 훼손하고…

[기자]

앞서 보신 것처럼 분양 방식과 분양가 문제로, 사업법인과 한양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단순 방문한 사실도 사전 심사를 받았다는 보고서로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공무원들의 출장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를 방문하면서 사업법인 관계자들과 동행했고, 정식 출장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지사를 방문한 공무원 두 명.

근무규칙에 따라 근무지 내 출장의 경우 전산시스템을 통해 사전과 사후에 감독자에게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광주시 총무과 관계자/음성변조 : "가기 전에 (시스템에서) 출장 시작을 누르고요. 갔다와서 출장 종료를 누르고요. 부서장한테 출장갔다 왔다고 다시 결재를 받는거죠."]

외부기관 방문인데도, 정식 출장을 밟지 않은 건데, 해당 공무원들은 뒤늦게 구두로 보고했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역시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

[광주시 총무과 관계자/음성변조 : "구두 보고 이런 것들은 사실은 저희 규정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보증공사를 방문하면서 중앙공원 1지구 사업법인 관계자들과 동행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법인 내 갈등이 첨예한데다 특혜 논란 때문에 조정협의회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행정의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사안입니다.

[오주섭/광주경실련 사무처장 : "사업자 측 직원들이 동행해서 업무를 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이 사안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무원들은 사업법인 측의 자료가 필요해 동행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절차 없는 출장과, 중립성을 흔드는 사업자와의 동행, 그리고 사전 심사로 둔갑한 보고서까지.

중앙공원1지구를 둘러싼 광주시의 석연치 않은 행보가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송현입니다.

촬영기자:서재덕·이승준

이성각 기자 (drill@kbs.co.kr)

최송현 기자 (ss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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