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4억5300만명분 확보한 미국, 뒤늦게 백신 외교
[경향신문]
미국이 뒤늦게 백신 외교에 뛰어든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이 이미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하며 외교 수단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미국이 5일(현지시간) 백신외교 책임자를 임명하며 전 세계 백신 지원에 나섰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게일 스미스 전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사진)에게 ‘글로벌 코로나19 대응 및 보건 안전 조정관’ 역할을 맡겼다고 밝혔다. 현재 빈곤과 질병 예방을 위한 국제 조직인 ‘원 캠페인’의 대표를 맡고 있는 게일 전 처장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USAID를 맡아 2014년 미국 내 에볼라 사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 세계 많은 나라가 백신 공급 확대를 위해 미국이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을 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에 퍼지는 코로나19를 막아야 장기적으로 미국인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인구(3억2820만명)에 접종할 수량보다 훨씬 많은 4억5300만개의 백신을 확보했다. 그동안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인 백신 접종 우선 원칙을 내세워 백신 수출에 ‘빗장’을 걸어왔다. 미국을 비롯한 부국들이 백신 물량을 싹쓸이 하면서 백신 민족주의 비판도 거셌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00만회분을 캐나다와 멕시코에 제공했지만 남는 백신을 저개발국 등에 나누라는 외부 압력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스미스 전 처장에게 전 세계 백신 지원을 맡기며 바이든 정부가 백신 외교에 나선 것은 이미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중국, 러시아 등의 백신 외교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미국이 중국의 백신 외교를 밀쳐 내려는 와중에 나온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입증된 백신만 배포할 것”이라면서 “정치적 대가를 얻기 위해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파트너 국가들을 존중으로 대할 것이다. 지나친 약속을 하거나 기대 이하 결과물을 내놓지도 않을 것이다. 이는 생명을 살리는 것에 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개발된 백신 등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했고, AFP통신도 “자국 백신을 확신에 찬 어조로 홍보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은근히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기 몇 달 전인 지난해 7월 중국 당국이 긴급 승인한 자국 백신들은 백신의 효능·안전성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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