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한 걸음 진전' 괴롭힘 금지법..남은 과제는?

김소영 2021. 4. 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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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법 시행 1년 반이 넘도록 실효성 논란을 빚어온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지난달 국회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용자의 괴롭힘 행위를 직접 처벌하고, 입주민의 폭력에 노출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보호 방안을 담았는데요.

이번 개정안의 의미와 한계, 경남업그레이드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일이 있고 나서 계속 꿈을 꿨어요. 저는 첫 직장인데 이런 일을 겪으니까…."]

["앞으로 살날도 많은데 어떻게 직장을 구하고 살아야 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항명할 방법이 없다. 그 사람(고 최희석 씨)이 그렇게 생각을 했겠죠. 그러니까 자살을 하고…."]

["저도 경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가슴 깊게 느끼고…."]

4년제 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한 중소 교구제작 업체에 입사한 24살 A 씨.

최근 자신이 일하던 회사 대표 B씨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근무 석 달 동안 B씨로부터 수시로 폭언을 들었습니다.

[A씨 : "새끼 이런 말도 쓰시고 계속 이런 말을 했어요. 생각이 없게 행동을 한다. 엄청 사람 모욕을 주는 말을 계속하셨어요. 제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거죠."]

대표 B씨는 A씨의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바닥에 던지고, 종이를 돌돌 말아 만든 몽둥이로 A씨를 때렸습니다.

[A씨 : "폭언을 엄청 심하게 하셨어요. 막 욕설도 계속하시고, 분이 안 풀렸는지 그때 때리시더라고요. 폭행을 한 세 번 정도 당했어요."]

대표 B씨는 취재진에게 A씨의 말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B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으로 갈수록 A씨처럼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사용자, 즉 사업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사업주가 다른 노동자의 괴롭힘을 예방하거나 징계하도록 할 뿐, 사업주의 괴롭힘을 처벌할 규정이 없었습니다.

[공선미/경남 비정규직노동자 지원센터 : "소규모(사업장)의 경우, 사장 이사나 관리직들이 혈연 또는 지연으로 얽혀 있어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묵살되거나 피해자들과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구제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죠."]

창원의 한 아파트, 한 남성이 분리수거 중인 경비원의 목덜미를 잡더니 바닥으로 내동댕이칩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남성은 경비원 주변을 맴돌며, 욕설과 폭언을 이어갑니다.

9개월 동안 입주민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던 방종화씨, 극심한 스트레스로 파견업체에 근무지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고객 응대 근로자가 건강 장해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주가 업무의 일시적 중단이나 전환,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 응대 근로자에 아파트 경비원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방종화/아파트 경비원 : "다른 근무지로 좀 이동을 시켜주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한번 건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나는 그런 마음은 없었는데 그런 일로 인해서 제가 결국은 나가게 되는 겁니다. 근데 지금 이 나이에 제가 나가면 근무할 데가 없습니다."]

지난달 국회는 시행 1년 6개월을 넘어선 이른바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해 의미 있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사용자와 사용자의 친족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일 경우, 최대 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였습니다.

또,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모든 근로자에게 업무의 일시적 중단이나 전환 등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 고객응대 근로자 적용되던 보호 범위를 경비원으로까지 확대한 겁니다.

[김원/고용노동부 사무관 : "입주민이나 외부 사람한테 폭언을 당해서 건강상의 우려가 생기면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거죠. (경비원도)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거죠."]

국가인권위원회와 직장갑질119 등은 이번 개정안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하면서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이나 원청업체 관계자 등 사용자 외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부재한 점, 4명 이하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이 개선 과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김승환/노무사 : "행위자에 대한 처벌 자체가 없습니다. 직장내 괴롭힘 법 자체가 구조 자체가 괴롭힘이 발생한 사업장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고 자체를 굉장히 꺼리기도 하고…."]

고용노동부는 4명 이하 사업장 적용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검토를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임희종/고용노동부 사무관 : "여기에 대해서 처벌을 가해야 하면 다시 요건을 명확하게 정의를 하면서, 오히려 괴롭힘의 영역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요. 절차적으로도 형사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할 수 있도록, 지난 2019년 첫걸음을 뗀 괴롭힘 금지법이 이번 개정안을 시작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법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남 업그레이드, 김소영입니다.

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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