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장관 셋 만난 알록 샬마 COP26 의장..온실가스 감축 상향 압박하나

세종=박성우 기자 2021. 4. 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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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셋 만난 샬마 의장… 홍남기→성윤모→한정애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기후변화 원조자금 확대 요청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NDC 상향 언급… 산업계 "지금도 힘들다"

지난 5일 한국을 찾은 알록 샬마(Alok Sharma)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 국내 경제·산업·환경정책 분야의 최고 수장을 잇따라 만나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샬마 장관은 오는 11월 1일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샬마 의장의 방한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압박용 방한’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지난해 말까지 세계 75개 국가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보고서를 제출받았지만 감축 목표치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해, 각 국에 감축 목표를 다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하루에 장관 셋 만난 COP26 의장…"온실가스 감축 목표 높여달라"

7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샬마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홍남기 부총리를 만났다. 샬마 의장은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NDC 상향 조정 등 기후변화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또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논의됐으며, 향후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P4G와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의 협력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샬마 의장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위한 공적개발원조 확대를 강조했다"며 "영국은 원조 규모를 2025년까지 2배까지 확대(총 116억 파운드)할 계획인데, 여기에 한국 등 국제 사회의 동참을 요청했다"고 했다.

샬마 의장은 홍 부총리를 만난 뒤 오후 5시부터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다. 이 자리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한국 기업들의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샬마 의장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만찬을 갖을 예정이다. 환경부는 NDC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NDC 상향과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홍 부총리와 한정애 장관은 지난해 샬마 의장과 화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특히 환경부는 오는 2023년에 열리는 COP28을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COP는 5개 그룹별 순환 개최되는데, 오는 2023년 28차 총회는 5년 만에 아시아태평양 순번이 된다.

한 나라의 정상도 아닌, 장관이 하루에 장관 셋을 만나는 일정을 갖는 것에 대해 이례적인 평가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임기내에 NDC를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언급하면서, COP26의 행보에 힘이 실린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작년 NDC에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7억910만t)보다 24.4%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담았다. 이는 2015년 제출한 NDC ‘2030년 배출전망치(8억5080만t) 대비 37% 감축’과 산정 방식만 다를 뿐, 감축 목표는 둘다 5억3600만톤(t)으로 똑같다.

정부 관계자는 "샬마 의장은 영국 장관이 아닌 COP26 의장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탄소배출 목표가 중요해지면서, COP26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NDC 상향 등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협력을 강조하는 자리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소공동 롯데호텔 버클리룸에서 방한 중인 알록 샤마 영국 COP26 의장을 만났다. /산업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될까… 재계 "환경규제 부담"

샬마 의장의 행보에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산업계의 목소리다. 실제 정부가 작년 제출한 NDC를 보면 산업부문의 감축률이 크게 높아졌다. 종전 계획에서 산업부문은 2030년 배출 전망치(BAU) 대비 11.7%만 줄이면 됐으나 이번 수정안에서는 20.5%를 줄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공정을 개선하는 등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감축이 어려울 경우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건물 부분도 감축율이 18.1%에서 32.7%로 늘어난다. 단열 설비와 신재생에너지 채택, 조명 효율 개선 등 신규 건축물에 대한 허가 기준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작년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추진할 경우 가장 큰 부담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2.9%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를 꼽았다. ‘우리나라 경제·기업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성급한 결정’(17.0%), ‘비용 증가에 따른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5.1%)라는 답도 나왔다. 경총은 "기업의 44.1%가 산업계 의견을 수렴한 현실성 있는 정책 수립을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재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국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정책을 펼치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샬마 의장이 부총리를 포함해 장관을 세명이나 만났다는 것은 정부도 NDC 상향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11월에 COP26에서 상향된 NDC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한편 COP26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조율하고 협상하는 다자외교 무대로 1995년 이후 매년 열렸다.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된 이후에는 주요 국제회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작년 회의는 코로나19로 오는 11월 1일로 연기됐다. 이번 총회는 각 국가들이 제출한 온실가스 목표치를 토대로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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