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규제에..아마존은 지금 울고싶다

변희원 기자 2021. 4. 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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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앨라배마주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 6000여명이 노조 설립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이달 중 나오는 결과에서 노조 설립이 결정되면, 창업 후 25년간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 온 아마존에는 거센 노조 설립 열풍이 번질 전망이다. 아마존 근로자는 120만명으로 월마트에 이어 미국 내에서 둘째로 고용이 많은 기업이다.

미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이자 진출하는 분야마다 기존 시장을 무너뜨려온 ‘제국' 아마존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 설립과 근로 환경 문제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고 있는 데다, 인터넷 공룡 구글이 ‘반(反)아마존 연대’를 결성해 아마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높은 수수료와 가짜 상품 판매에 불만을 품은 글로벌 제조 기업들도 아마존을 떠나고 있다.

◇열악한 근로 환경 비판 확산

지난달 25일 마크 포컨 미국 민주당 의원은 “직원에게 시급 15달러를 지불한다고 해도 노조를 와해시키고 노동자들이 물병에 소변을 보게 하는 회사가 ‘진보적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라는 트윗을 올리며 아마존을 저격했다. 포컨의 트윗에 아마존은 “그게 사실이라면 아마존에서 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해프닝으로 끝날 뻔한 트윗전(戰)은 아마존에 위장 취업을 해서 노동 실태를 고발한 제임스 브루드워스가 “아마존에서 병에 소변을 본 사람이 바로 나”라고 밝히면서 반전됐다. 아마존은 포컨 의원에게 사과를 하고 “배달 직원이 교통 문제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공중화장실이 폐쇄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걸 안다”면서도 “이는 산업 전반의 고질적 문제이지 아마존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아마존 배송 직원이 미국 볼티모어에서 택배 상자를 싣고 있다. 창업 후 25년간 무(無)노조를 고수하던 아마존에 맞서 지난달 앨라배마주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AFP 연합뉴스

노조 설립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불거진 이 사건을 계기로 아마존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비난이 확산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아마존 물류센터 내 화장실이 모자라 쉬는 시간을 화장실 찾는 데 다 쓰거나 10시간 근무 중 화장실 가고 물 마실 시간이 12분밖에 안 된다는 불만이 미 노동부에 접수되기도 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근로자가 감당하기 힘든 양의 업무를 줬다”며 아마존에 대한 소송을 걸었다. 같은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나타나면서 집단 소송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구글, 바이든도 反아마존

무섭게 질주하며 영역을 확장하던 아마존의 걸림돌은 노조 문제뿐만이 아니다. 미국 내 전자상거래 거래액 37%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과점의 위치에 있던 아마존은 구글의 ‘안티(anti) 아마존 연대’의 공격도 받고 있다. 구글은 아마존의 점유율을 뺏어 오기 위해 지난해 캐나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쇼피파이’와 손을 잡으면서 판매자들이 구글 쇼핑에 상품 등록을 할 때 내던 수수료를 없앴다. 쇼피파이는 월 29달러를 내면 판매자들의 홈페이지 관리, 결제, 재고, 배송까지 지원해주는 업체로 최근 이베이를 제치고 미국 전자상거래 점유율 2위에 올랐다. 구글이 입점 수수료를 없애자 아마존에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던 영세 판매자들이 구글로 갈아타고 있다. 상품 검색 수요를 아마존에서 빼앗겠다는 구글의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 판매자들도 잇따라 아마존을 떠나고 있다. 아마존에 범람하는 ‘짝퉁’(가품) 판매 문제로 나이키와 버켄스탁, 디즈니, 이케아 등 유명 브랜드가 이미 아마존을 떠났다.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마존의 걸림돌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으로 지명된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는 2017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할 ‘아마존의 반(反)독점 역설’이란 논문을 써 ‘아마존 킬러’라고 불린다. 칸 교수가 FTC에 합류하면서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압박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마존의 전(前)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미 하원 반독점청문회에 섰다. 당시 아마존은 자사의 온라인 장터에 입점한 판매업자들의 데이터를 PB(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에 이용해 불공정하고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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